[미식일기] 쫀디기튀김, 울산

쫀득짭짤달콤고소, 길거리 간식의 정석

by 김고로

바쁜 토요일을 지낸 다음 날 일요일, 설이라 울산 본가로 돌아가 있는 옛 직장동료 H군을 만나기 위해 김고로와 이쁜 그녀는 동해선 전철을 타고 울산으로 향했다. 차로도 울산은 부산에서 40분에서 1시간이 걸리는 거리인데, 훨씬 더 저렴한 대중교통인 동해선을 타고 가면 1시간이 걸린다.


공식적인 휴일인 일요일이라 대중교통에도 사람이 한적하겠다,라고 생각한 김고로와는 다르게 동해선 전철에는 이용객들이 많았다. 처음에는 이쁜 그녀와 사이좋게 손잡이를 잡고서 서있었으나, 기장군에 속한 일광, 오시리아 등 개발이 이루어진 지역은 휴일에도 출근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승객들을 후드득 털어낸 전철의 널찍한 빈자리에 편하게 앉을 수 있었다.


바닷가 근처 원자력발전소들이 보이는 동네에서 어르신들이 잠시 우르르 타시고는 다시 달리는 전철에서 근처에 있는 장에 가신다며 두런두런 나누시는 이야기를 듣다 보니 금방 울산의 태화강 역에 도착했다.


H군을 만나기로 한 울산중앙전통시장의 어느 한식집에서 오만둥이가 들어간 순두부와 두루치기로 식사를 넉넉하게 하고서는 식후 드립커피를 마시기 위해 시장 골목을 지나가는 길이었다.


어느 터미널이나 시장 골목에서 볼만한 옛날 스타일의 누런 알루미늄 재질로 만든 가판대에서 사람들이 잠시 몰려서 음식을 사 먹는 모습이 김고로의 눈에 들어왔는데 메뉴에는 '쫀디기튀김'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 외에 닭꼬치도 함께 팔거나 오징어로 만든 간식인 오다리구이도 있었지만 '쫀디기튀김'은 김고로가 경주와 울산 지역에서만 본 간식.


경주 황남동 황리단길에서 유명해진 '황남 쫀디기'처럼 울산과 경주 등 경상남도의 북쪽 지역에서는 쫀디기튀김이 흔한 간식인 듯싶었다. 부산에서도 닭꼬치나 오다리구이는 많이 봤지만, 쫀디기튀김은 본 적이 없었으니까.


"H군아, 저게 뭐냐? 쫀디기튀김?"


"저거 몰라? 쫀디기를 튀기면 얼마나 맛있게요. 나 어렸을 때도 엄청 먹었지."


"그래? 나도 먹어봐야겠다."


김고로는 해맑은 웃음과 함께 기대하는 발걸음으로 살갑게 손님들과 인사하시는 쫀디기튀김 점포 사장님께 가서 주문했다. 메뉴판을 보니 쫀디기튀김에 순한 맛이나 매운맛의 라면수프를 뿌려서 먹는 음식인데, 원하는 양에 따라서 대, 중, 소로 주문이 가능했다. 김고로는 중간 사이즈 튀김을 순한 맛으로 주문했는데, 순한 맛이 원조맛이라고 쓰여있었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순한 맛 쫀디기 중간 크기로 주세요."


"네네, 어서 오세요. 중간맛 오리지널로 드릴게요."


기다란 빨대와 같은 굵기와 길이, 진한 오렌지의 주홍색을 띠는 쫀디기를 새끼손가락 크기로 오징어채처럼 잘라 기름에 바싹 튀겨낸다. 짙은 주홍색의 심지에 연한 오렌지색의 옷을 둘러 입은 쫀디기는, 고온의 기름과 만나 연한 오렌지색의 옷을 울퉁불퉁, 우락부락한 패딩으로 갈아입고 부풀어 오른다.



그렇게 퉁퉁하지만 쫄깃하고 부드럽고 푹신하게 변한 쫀디기 위에 순한 맛의 라면수프를 진눈깨비처럼 흩뿌린다. 쫀디기가 기본적으로 밀가루, 옥수수가루, 호박가루에 설탕으로 만들었기에, 열과 반응한 달콤한 향기와 맛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통감자를 담을만한 커다란 일회용 종이사발에 뜨끈뜨끈한 쫀디기가 담겨 나온다.


"고마워요, 맛있게 드세요."


"감사합니다."


김고로와 이쁜 그녀, H군은 함께 걸어가면서 사장님이 넣어주신 이쑤시개로 콕 찍어 쫀디기들을 집어먹는다.


질겅질겅


쫄깃쫄깃


쫀디기 특유의 진득하고 쫄깃한 식감과 탄력, 어금니로 씹어서 치아 사이에서 쫀디기에 압력을 가할 때마다 단맛이 침사이로 새어 나오면서 짭짤함을 넘어선 원초적 짠맛의 라면수프와 만나 환상적인 '단짠단짠'의 조화를 만든다.


한국인의 사랑인 '매콤달콤'만큼이나 새로운 미각 조합의 기준이 된 '단짠단짠'을 의외의 재료에서 만나는데, 거기에 기름으로 튀겨낸 쫀디기에서 기름의 고소함까지 올라오며 달콤함과 짭짤함을 극강으로 끌어올린다.


"우와! 이거 무지막지하게 맛있는데?"


김고로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웃자, H군도 함께 웃는다.


"내가 어릴 때 먹던 간식을 그렇게 좋아하니까 나도 기분이 좋네."


김고로는 다시 수북이 쌓인 라면수프로 범벅된 쫀디기를, 이쑤시개 2개로 젓가락처럼 한 움큼 집어먹는다. 그리고 눈을 감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으으음!' 소리를 낸다.



"야, 이거 너무 맛있잖아. 울산에서는 이걸 간식으로 먹어? 이렇게 맛있는걸 왜 너네만 먹냐? 진짜 너무하네."


"하하하, 뭔 소리야 인마."


계속해서 먹으면 '단짠'의 조화가 미뢰 세포를 치고 들어와 미각을 담당하는 뇌까지 순식간에 로켓처럼 치솟는 맛이다. 자극적이고 저렴한 맛이지만, 극강의 쾌감이 계속 뇌리를 두들기고 지나간다.


김고로는 튀긴쫀디기를 게눈 감추듯 먹어치우고는 계속 울산중앙시장의 골목을 걸어간다. 가면서도 아직 이른 오전이라 가게를 열지는 않았지만, 다른 쫀디기튀김 가판대나 포장마차 분식집이 보인다.


"아줌마! 쫀디기튀김 매운 수프 뿌려서 작은 거요!"


"그래! 조금만 기다리라!"


초등학교 4~5학년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신난 얼굴로 어느 쫀디기튀김 점포에 달려오며 천 원짜리 몇 장을 주인분에게 건넨다. 그 앞에서 쫀디기튀김을 주문하고는 친구들과 모바일 게임에 대해서 왁자지껄 이야기를 나누는 아이들이 모습이 김고로의 초등학교 시절을 보는 기분이었다.


김고로도 친구들과 함께 학교 앞 분식집에서 작은 돈가스나 떡꼬치 등 갖은 간식들을 사 먹던 시절이 있었으니까.


김고로는 튀긴쫀디기의 맛과 함께, 자신의 어릴 적을 추억하며 울산중앙시장의 골목 속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