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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로 Apr 27. 2022

[픽션] 꽃과 바위

꽃을 사랑하는 바위의 이야기


높지 않은 둥근 산 중턱에는 각진 바위 하나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다른 나무나 꽃, 동물과 사람들의 손길도 거부한 채 해가 따뜻한 양지바른 곳에서 끝나지 않을 시간을 기다리던 바위는 스스로 괜찮다, 괜찮다는 말을 위안삼아 중얼거리며 그저 가만히 있을 뿐이었지만, 사실 바위는 친구가 필요했다. 따뜻하고 시원한 좋은 날에는 그 좋음을, 비 오고 눈 오고 천둥번개가 치는 힘든 날에는 그 힘듬을, 그렇게 함께 웃고 울며 시간을 나눌 그런 친구가 필요했다.


어느 날 바람을 타고 날아온 이름 모를 꽃씨 하나가 바위틈 흙모래 사이로 살며시 파고 들어왔다. 자신이 어디에 안착을 해서 앞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주변에 대한 의문과 호기심으로 가득 찬 꽃씨가 바위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싹을 틔우던 그날, 바위는 처음으로 삶의 보람과 기쁨을 느끼며 그 꽃씨가 피울 꽃송이 하나를 위한 모든 것이 되어주겠다고 다짐했다.


맑은 날, 흐린 날, 좋은 날, 나쁜 날, 모든 날들을 함께 견뎌낸 꽃을 바위는 거칠지만 단단하고 따뜻한 틈으로 안아주었다. 비록 꽃의 뿌리가 바위를 뚫고 내려 아플지라도 바위는 꽃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제는 꽃을 지켜내는 것이 바위가 존재하는 이유가 되어버렸으니까. 꽃씨가 꽃송이가 되어 잎을 활짝 열어 웃던 날, 바위는 비로소 진심으로 웃을 수 있었다.


따뜻한 햇살 아래, 양지바른 대지 위에서 그들은 하나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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