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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mma May 31. 2024

결혼한다고? 그럼 내편도 한 명 더 생기는 거구나.

뺏기는 게 아니라 나누고 커지는 것.

봄이 되니 주변에서 연애한다 결혼한다 등등의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기 시작한다.

우리 가족 중에 한 명도 곧 결혼을 한다. 결혼준비로 한창인 그들의 모습을 보니 파트너가 없는 나는 부럽기도 하고 때로는 질투심에 얘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신경이 날카로워지기도 한다.

학창 시절 친했던 친구들이 하나둘씩 연애를 하기 시작하면서 우정에 소홀해지고 그들의 이성친구에게 모든 것을 쏟는 모습을 보며 혼자 상처받기도 했다.  나를 찾는 순간은 오직 이성친구와 헤어졌을 때뿐 결국 나는 또 혼자구나. 나는 연애하면 그렇게 하지 말아야지라고 수차례 다짐했지만 그들에게 복수하고 싶은 마음 반, 실제로 상대에게 나의 많은 에너지와 사랑을 쏟게 되는 상황 반이 겹치면서 나의 우선순위 역시 자연스레 바뀌게 되었다.


상황이 바뀌다 보니 내가 기존에 맺고 있던 사람들에 대한 애정은 변하지 않았지만 그들에게 실제로 쏟는 물리적인 시간과 마음의 크기가 서서히 줄어들게 되었다. 나도 겪어봤으니 이해해야지 하면서도 변화하는 상황을 유연하게 대처하기엔 아직 내 그릇이 작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는 요즘이다. 남자친구나 남편이 있는 친구들과는 서서히 멀어지게 되는 경험들을 하게 되면서 스스로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되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아, 우리의 관계도 이제 곧 종료가 되겠구나." 이런 마음이 더욱 확장되어 버려진다는 느낌까지 받게 되었다. 그래서 남들의 결혼소식에 진심으로 축하해 주기가 참 어려웠다. 이런 주제뿐만 아니라 나와 다른 삶을 살게 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느 한쪽으로만 치우치게 되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드는 것 같다. 흑백논리처럼 나와 다른 삶을 받아들이는 내 필터가 점점 더 좁아지는 느낌이 드니 삶은 더 팍팍해질 수밖에.


올해 결혼을 한다는 가족의 소식을 들었을 때도 비슷한 감정이 들었던 것 같다. 친구가 아닌 가족에게서 까지 이런 마음이 든다고 하니 나 정말 못된 가족이 되겠구나 싶었다. 벌써부터 그에게 쏟아질 애정과 사랑이 아니꼬워지고 그 친구에게만 잘해주는 것 같이 느껴져 베알이 꼴리기도 했다. 나도 결혼을 하면 달라졌을까?


그러다 어느 날 우연히 본 영상이 있었는데 다비치 이해리가 결혼하게 되면서 평소 절친인 강민경이 한 말이다. 그녀의 결혼에 섭섭함을 드러내면서 아무래도 결혼을 하면 자기의 가정이 생기다 보니 거기에 더 집중을 하게 돼서 관계가 조금 변할 수도 있다는 결혼선배의 말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나는 형부가 생기니 내 편이 한 명 더 생기는 느낌이라 너무 좋다고. 어떻게 그런 마음을 내어줄 수 있을까? 정말 친한 사람이(어쩌면 가족보다 더) 결혼을 한다고 하면 나는 정말 너무 서운하고 그 파트너가 너무 싫을 것 같은데 내 편이 한 명 더 생긴다니 말이다. 실제로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라 그런지 그 마음의 크기가 나는 너무 신기했다. 나에게는 절대 일어날 수 없을 거란 생각.


근데 요즘 내편이 한 명 더 생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이니 더 챙겨주고 싶고 존중해 주고 싶고 가식 없이 마음을 나누고 사랑을 주고받고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이고 나의 결핍을 건드릴 수도 있겠지만 서로 마음을 어떻게 내느냐의 차이인 것 같다. 각자의 상황이 달라지면서 어쩌면 내가 애정하는 것들이 더 생겨나는 것일 수도 있고, 서로가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좋은 일에 더욱더 진심으로 축하해 주면서 그렇게 관계가 무르익으며 한 개인으로서도 더욱더 깊은 사람이 되는 게 아닐까?


핑계고에서 홍진경이 유재석에게 한말이 있다. 이렇게 급변하는 시대에 무엇인가 도전하고 그 흐름을 따라가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고 만약에 내가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고 이뤄놓은 게 많은 사람이라면 오히려 더 시도하지 않는다라는 것. 하지만 그녀가 이경구나 유재석을 존경하는 이유가 잃을게 많은 사람들인데도 도전을 계속하는 한다는 점. 유재석은 내가 이거 시도해서 잘 안될 수도 있어. 그래 OK. 라고 받아들이며 해본다고. 이 말에 홍진경이 저게 바로 진짜 이 시대의 겸손이라는 말. 무척이나 공감하고 아직도 큰 울림이 있는 장면이었다. 괜히 남들 챙겨주면서 칭찬에 손사래 치는 게 겸손이 아니라 내가 그냥 가만히 있으면 계속 지켜지는 것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 역시도 도전해서 잘 안될 수 있고 망신당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시도하는 것.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인정욕구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에 집중하며 그 길로 가보는 용기.


내가 만약 노벨상도 받고 세계적으로 저명한 학자라고 할지라도 내가 모르는 것은 기꺼이 물어보며 배울 것이 있는 사람에게 배움을 청할 수 있는 그 제스처.  



내가 가진 것들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질 수 있는
그 태도와 마음가짐이
내가 정말 지향하는 삶이다.


내가 가진 것들은 더 꽉 움켜쥐고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에 스스로 갇혀사는 것이 아니라 그 모든 것들을 자유롭게 떠다닐 수 있도록 놓아주고 그 자체로서 온전히 지낼 수 있도록 허용해 주는 것. 이 마음의 작용이 또 언제 변화할지 모르겠지만 그것마저도 그냥 바라보고 그랬구나 그럴 수 있지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며 나를 어떤 특정한 틀에 가두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그럴 수 있다고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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