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우리들의 보물섬

그 많던 문방구는 다 어디로 갔을까

by 기억상자

얼마 전, 차를 타고 동네를 지나던 중
어릴 적 다니던 초등학교 앞을 지나쳤다.


문득, 동전 몇 개 쥐고 문방구로 뛰어가던 어린 날의 내가 떠올랐다.


그곳엔 분명히 문방구가 네다섯 개나 있었는데—
지금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햇살은 여전히 따뜻했지만, 풍경은 많이 바뀌어 있었다.
프랜차이즈 카페와 편의점 사이에서
그 많던 문방구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그 시절, 학교 앞 문방구는
우리에게 단순한 가게가 아니었다.

연필 한 자루를 사러 들어갔다가
딱지와 스티커, 불량식품과 조립장난감까지—
뭐든 하나쯤은 들고 나왔던 보물섬.


그 안에는
친구들과 나눠 먹던 100원짜리 쫀드기,
몰래 주머니에 넣었던 알사탕,
무조건 당첨이라고 쓰인 뽑기 박스,
그리고 반짝이 스티커로 빼곡했던 꿈이 있었다.


우린 ‘학교 끝나고 뭐 할까?’가 아니라
‘어느 문방구에 갈까?’를 먼저 고민했다.


“야, OO문방구 가자.
거기 뽑기 기계 새로 들어왔대. 로봇 나오는 거!”

“아니야, 오늘은 OO문방구!

어묵 진짜 맛있단 말이야. 국물도 계속 퍼먹어도 아무 말 안 해.”


문방구는 가게보다 탐험지에 가까웠다.

뭐가 나올지 몰라서 더 설렜고, 매번 기대하게 됐다.
준비물은 핑계였고, 진짜 목적은
뽑기 하나, 불량식품 하나, 그리고 친구들과 웃는 시간이었다.


지금도 또렷하다.

비닐봉지에서 나는 바스락 소리,

문방구 안을 가득 채우던 달달한 과자 냄새와 따끈한 어묵 국물 향,

그리고 "이거 하나 더 줄게" 하며 웃던

문방구 아주머니의 손길.


나는 그 가게의 냄새와 소리,
그 따뜻함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요즘엔 초등학교 앞을 지나가도
문방구는커녕 아이들 목소리도 잘 들리지 않는다.
준비물은 온라인으로 사고,
간식은 편의점에서 고른다.
세상은 훨씬 편리해졌지만—
그 시절 문방구에서 느꼈던 설렘은
어디에서도 살 수 없게 됐다.


문방구는 사라졌지만,
그 안에서 나눴던 웃음과
몰래 숨겨 두었던 사탕 하나는
여전히 마음속 어딘가에 남아 있다.


작지만 반짝이던,
어릴 적 우리들의 진짜 보물섬.

이제는 갈 수 없지만,
기억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곳.
나에겐 아직도, 그 불빛이 꺼지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도, 난 집 앞 편의점 옆에 있는 인형 뽑기 기계를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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