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거 아닌 일이 아니었나?
마음 편하게 작정을 했다. 보약 한 사발이 이것보다 좋을 리 없다.
쏟아지는 잠을 거부하지 않고 푹 잤다. 소나기가 내리는 날, 이불 빨래하는 것 보다 빗줄기 소리에 한 템포 쉬어가는 게 낫듯. 잠이 그렇게 쏟아졌다. 산책이고 나발이고, 잤다.
눈꺼풀이 가볍게 올라갔다. 얇은 살가죽에 독인지 돌인지 무언가 얹었는데 드디어 그것이 빠졌다. 아침부터 부산한 걸 싫어하지만, 싱크대가 쌓이도록 뭔가를 했다. 더 심란한 것도 했다. 둘째가 상추를 심겠다고 하니, 빈 화분에 흙을 채워줬다. 죽은 화분을 ‘나 몰라라’ 했는데, 이제야 화장처리하는 격이다. 고사한 화초는 버리고 흙은 다시 다른 생명을 품도록 고슬고슬하게 부수어 줬다.
부디 푸름이 채워지길.
브런치에 떨어졌다. 브런치에 올린 글들은 예전 글보다 더 많이 생각하고 다듬었다. 그리고 5주 동안 글쓰기 수련으로 나름 자신감도 있었다. 물론 주제는 브런치에서 원하는 것이 아닐 가능성이 컸지만, 그럼에도 내가 원하는 글로 승부하고 싶었다. 떨어져서 좀 아쉽지만 부끄럽진 않다. 왜 그런지 브런치에서 떨어졌다고 말하기 보다, 나와 브런치는 맞지 않아서 그리 됐노라 우겨보고 싶다.
떨어져도 덜 아쉬웠던건, 그 5 주간의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틀에 한 번 과제가 제시 될 때마다 브런치 단톡방은 난리가 났다. 어떻게 우리가 그런 글을 쓰냐며, 한번도 해보지 않았다며, 한줄도 써지지 않는다며 해놓고 결국은 모두 해냈다. 무려 5 주, 마흔이 넘어도 징징댈 수밖에 없었다. 어떤 날은 글을 썼어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개인 톡으로 작가님은 짧게 ‘이러면 어떨까’ 했을 뿐인데 영감이 떠오른다. 창호지를 바른 문에 바늘 구멍을 내고도 그 안이 들여다 보이듯, 작가님 말 한 마디는 그런 역할을 했다.
지금은 혼자서 글을 쓰라하면 또 날것만 주구장창 쓸지 모르지만, 마음 먹고 쓴다면 예전보다는 달라진 글을 쓸 것도 같다. 막연하지만 조금은 자신감이 생겼다. 그럼 됐다고 본다.
브런치, 안녕! 난 앞으로 브런치도 안먹을란다. 아침 점심 저녁 세끼 다 챙겨먹을거거든.
작년 오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