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뱀이 나타났다!

뱀이 나올 때쯤 아침 6시 산책을 결심한다

by 게으른 산책가

어제 수업한 아이가 뱀을 봤다고 한다. 겨울을 무사히 보내고 땅밖으로 나온 뱀은 어떤 기분일까. 살기 위해 스스로 들어간 땅속은 메마른 빛줄기 하나 들어오지 않았을 텐데. 풀숲 사이에도 쨍한 사월 햇빛에 눈을 게스츠름하게 뜨고 다녔을까. 갑자기 상상하니 뱀의 눈이, 피부가 떠올라서 몸서리를 치게 된다.


이른 아침에 둘째를 남원역에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 오므리고 있던 작은 잎은 봄비에 쉬지 않고 자라서는 나뭇가지를 가리고 살찐 나무로 위장했다. 처음 본 분홍색의 갈래를 가진 꽃이 연둣빛을 배경으로 돋보여서 나노초의 두 배로 눈이 머물렀다. 운전만 아니었다면 그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동네 산에나 갈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집으로 들어가서 모자를 냉큼 들고서 산책 따위로 만족하기로 했다. 꿩 대신 닭으로 놔두어도 괜찮을 게, 산행은 주말에 해야 더 진하게 음미할 수 있다. 운전하며 현수막 하나를 봤다.

“바래봉 철쭉 축제”


막내가 뱃속에 있을 때, 두 딸을 데리고 갔으니 꽤나 오래된 산행 코스다. 그날 첫째는 힘들다고 징징댔고, 둘째는 고작 세 살인데 기가 막히게 걸어 올라갔다. 둘의 비교는 차이가 나서, 마치 큰딸이 징징대는 아이로 결정 날 뻔했다. 그러나 막내가 큰딸 나이가 되었을 때, 이 아이는 아예 걷지를 않았다. 간이 유모차를 타고 산행을 했다면 말 다했지. 울 아빠와 울 신랑은 유모차를 짊어지고 내장산 어느 구간을 다녀야 했다. 강천산은 유모차로 가도 무방했고. 막내 덕분에 첫째는 극히 정상이고 둘째는 고집이 있는 걸로(여덟 살 때는 혼자 뛰어가서 신랑이 가방을 내던지고 딸 찾으러 감) 결론을 내렸다.

앞으로는 6시에 나서보기로 하자. 오늘 같은 날씨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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