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용 인가?
오후 3시 50분, 난 이 시간이 좋다. 아이들에게 자신 있게 할 말이 있어서다.
“얘들아, 이제 집에 가자.”
하고 싶은 말이 워낙 매력적이라, 앞서 해야 할 말을 잊었다. “얘들아, 정리 하자.”라고 먼저 말해야 했는데, 뒤늦게 정리하라고 하려고 한 순간, 아이들은 이미 복도를 달리고 있었다.
아마도 아이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하교’와 ‘정리’는 한 묶음이란 걸. 오늘도 이 녀석들 잘도 피해 갔다. 정리를 하던 중, 우유팩을 발견한다. ‘ 아, 맞다. 개구리….’ 수진이는 개구리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입구를 봉하였고, 숨구멍도 나름 센스 있게 만들었다.
‘어쩌지? 에라 모르겠다.’
우유갑 안에는 물도 담아두었지만, 개구리는 아직 작았고 온도에 민감할 텐데, 다음날 죽은 모습으로 만나고 싶지 않았다. 우유갑 안의 두 마리는 드디어 뒷다리에 힘을 주고 멀리 달아났다.
‘수진이도 내일이면 까먹을 거야.’
다음날, 점심시간에 누군가 노크를 했다. 수진이었다. 마스크를 했지만, 딱 데친 시금치 같았다. 아뿔싸, 개구리 타령을 하겠구나.
“선생님, 개구리는요?”
이미 다 알고 있다는 표정이지만, 내 소행이 확실한 지 진위여부를 알고 싶은 것이다. 난 그래도 당당했다.
“수진아, 만약 어제 풀어주지 않았다면, 개구리는 분명히 죽었을 거야. 개구리는 온도 변화에 민감해서 가두어두면 안 되거든.”
“선생님. 제가요, 개구리 집에서 키워봤는데 하루 정도 우유갑에 넣어둔다고 죽지 않아요. 제가 다 해봤다고요.”
그때부터 수진이 눈은 누수가 일어났다. 꽉 돌리지 않은 수도처럼 일정한 양의 눈물이 계속 흘렀다. 거의 십분 동안 눈물은 멈추질 않았다. 일단 너무 신기했다. 어떻게 꺼이꺼이 소리도 내지 않고 같은 양의 눈물이 멈추지 않고 흐르는 거지?
나보다 훨씬 실력이 낮은 아이와 체스를 두면서 수진이의 눈물을 목도해야 했다. 체스를 두던 아이는 쾌재를 불렀다.
“아싸! 선생님 킹 제가 먹었어요. 수진이 덕분에 내가 선생님을 이겼다.”
아니다, 수진이 눈물이 나를 이긴 것이다.
“수진아, 나가자. 개구리 잡으러.”
그제야 수도는 꽉 잠겼다. 물기를 닦고 나니 몇 초전 슬픈 눈은 상상할 수가 없었다.
흔해 빠진 개구리쯤이야.
이것도 오산이었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고 하더니, 학교를 몇 바퀴를 돌았던가. 쑥 커버린 명아주를 끊어서 풀숲을 휘저어 봤지만, 방아깨비, 여치만 날아갔다. 가끔 거대한 나방에 놀라 뒷걸음 치면 아이들은 나 때문에 더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그걸 지켜본 노인 경찰분들은 웃음을 참지 못하셨다. 오합지졸이 따로 있나.
“선생님, 좀 그만 놀라요. 선생님 때문에 저희도 놀라잖아요.”
핀잔을 들어도 어쩔 수 없다. 놀라는 걸 참을 수는 없으니까.
용감한 남자아이는 아예 내 명아주를 가져갔다. 자신이 찾아보겠다며 풀숲으로 뛰어 들어갔다.
3시 50분, 이 날은 이 시간이 반갑지 않았다. 수진이는 또 울었다. 수도가 또 열린 것이다.
“수진아, 금요일에 비 온다고 했어. 그날 다시 잡자.”
개구리 잡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구나. 수진이가 울만 하다.
이 날, 아주 무서운 것을 봤다. 남자아이 하나가 나무 구멍을 가리켰다.
“선생님 저 안에 개구리 들었어요.”
난 별생각 없이 들여다봤다.
“으아아아악.”
내 비명 소리에 아이들은 혼비백산 도망갔다.
저 안에 작은 눈동자 두 개가 보였다. 무서워서 제대로 사진도 찍을 수 없었다. 개구리 맞아? 무서운데 다시 확인하고 싶은 마음은 호기심이야? 나랑 눈 마주친 그 녀석은 지금쯤 은신처를 옮겼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