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탁이 강요가 되지 않도록
여전히 브런치 초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날것인 글을 써대고, 어색한 조사와 접속사로 매끄럽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퇴고 없이 ‘발행’ 버튼을 누르는 뻔뻔함.
뻔뻔함이 지나쳐서 용감해 보이기까지 하지만, 속내는 브런치 작가가 되고서 오히려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다.
브런치 작가들의 글을 읽노라면, 내가 어떻게 이곳에 발을 디딜 수 있게 됐을까, 발치를 향해 고개를 숙이게 된다.
어제는 딸들과 외출을 했다.
“서현아, 엄마가 브런치 작가가 되고도 별 매력을 드러낼 게 없어. 네가 그림 좀 그려주면 안 돼?”
신통한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서현아, 네가 그림 그려주면 대가로 용돈 줄게. 아앙, 그려주라.”
둘째는 살짝 짜증이 난 듯했다.
“엄마, 자꾸만 무언가를 준다면서 부탁 좀 하지 마. 나도 할 일이 있단 말이야.”
아, 부끄러웠다. 딸을 설득한다는 게 고작 ‘돈’이라니. 좋은 글을 쓰려고 노력을 해야지, 난 딸 찬스만 쓰려고 했으니 어른다운 어른이 되려면 아직도 멀었다.
“엄마, 우리 알파문구 들려서 오일 파스텔 사자. 그리고 같이 그림 그리게.”
둘째는 드로잉북 두 권과 오일 파스텔을 샀다. 유태인 부모처럼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준다고 하는데, 난 아직도 네가 그려준 그림이 갖고 싶다.
둘째는 오일 파스텔을 이용한 그림은 처음이다. 유튜브를 보며 혼자 공부하면서 연습하는 모습을 보니, 난 스스로 하는 게 더 귀찮아졌다, 솔직히.
서현아, 엄마 산책하는 글에 그림 좀 그려주라.
내 속마음은 아직도 조르고 싶다.
2021. 9. 5. 브런치가 어려운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