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에 화이자 2차를 맞았다. 1차와 달리 바늘을 꽂자마자 통증이 느껴져 놀랐다. 이럴 때 ‘서막’이라는 단어를 쓰고 싶다. ‘장판 엑스레이’의 서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주말 내내 백신은 내게 주인 노릇을 했으니 말이다.
증세는 오한-발열-두통, 이 순서로 두어 번 반복했다. 내가 버티지 않고 바로 약을 먹었다면, 내 눈은 오목 파이지 않았을 텐데. 쓸데없는 고집을 피웠다. 열이 나도록 아파본지 얼마만이던 지. 오랜만에 3일 내리 쉬어서 좋다고 일주일 전부터 설레던 내 심장은 쓸쓸해지고 말았다. 오히려 심장이 더 급하게 뛰는 건 아닌지 다른 부작용은 없는지 스스로 점검해야 했다.
백신을 맞고 난 후, 뉴스에서도 들어보지 못한 부작용이 있었다.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아프니까 누워서 티브이만 보았는데 웃긴 장면도 슬펐다. 감동적인 장면은 몇 배로 슬퍼서 꺼이꺼이 울 뻔했다. 시청자를 웃기려고 용쓰는 ‘유재석’을 보아도 웃음이 나질 않았다. 몰래카메라에 속고 있는 ‘정준하’를 볼 때는 웃다가 다시 눈물이 났다.
열을 떨어뜨리는 건 내 일이 아니었다. 오직 해열제에게 맡기고 난 이부자리에 누워야 하는 소중한 빨간 날, 연휴는 그렇게 다 가고 말았다. 너무 누워서 눌린 귀가 아플 지경이다. 오늘이 일요일이고, 내일은 끔찍한 월요일이지만 이제 덜 아프다는 사실에 슬슬 기분이 좋아진다. 오목한 내 눈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다가오는 명절에 즐거운 마음으로 기름진 부침개와 막걸리를 먹는다면 원상 복귀될 것이다.
내 마음이 화초에게 옮아갔다. 내 손이 아니면 누가 물을 주겠어. 얘들아, 이제 나 괜찮아.
책상 위에서 커피 마신 빈 잔이 보였다. 세상에, 내가 씻어둔 양치컵에다 커피를 마신 신랑이라니.
내 존재감에 대해서 아무도 논하지 않는다면 나는 이렇게 자평을 일삼을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