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힘을 주거나 빼거나
선선한 가을이 일찍 왔다. 열 살 아이들은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운동장에 있는 생명체를 잡아들이는 것에 열심이다.
내 심장이 약한 편이라고 예전에 한의원에서 들었지만, 그동안 잊고 살았다. 최근에 그 한의사 말이 떠올랐다.
“다른 사람보다 심장 위치가 처져 있어요.”
한의사에게 따로 질문하지는 않았다. 평소 잘 놀라는 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는 걸 깨달았을 뿐이다. 아이들이 잡아들인 생명체 때문에 내 심장은 평정심을 잃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손가락만 한 두께의 애벌레, 한 뼘만 한 사마귀, 여치 여러 마리, 개구리는 바글바글…. 후….
“너희들 저얼대 저것들 꺼내면 안 돼. 알았어?”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한 남자아이가 약속을 어겼다. 참 약속은 아니지. 내가 당부한 말이었다.
“너 왜 약속을 어겼어? 응?”
“저희 약속한 적 없잖아요. 제 사마귀 제가 만지는데 어때서요?”
반항기 서린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마스크를 벗었다면 화남을 바로 보여줄 수 있었겠지만, 눈으로만 표현해야 한다. 눈싸움할 때보다 더 강렬하게 바라본다. 절대 깜빡거리면 안 된다.
“그래, 약속은 아니지. 다만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하려고 내가 당부한 거지. 너 앞으로는 사마귀 가지고 돌봄실 들어오지 마.”
내 몸에 도사리는 악의 기운을 모두 눈으로 데리고 왔다. 그제야 아이는 눈에서 백기를 보냈다.
“다음부터는 안 그럴게요.”
학습지 마지막 수업에 만나는 15세 남자아이. 한국사 두 권은 여전히 만지지도 않았다. 레이저 대신 참깨알 같은 잔소리를 모았다.
“야, 너는 매번 숙제를 안 하냐? 엉? 진짜 짱나네. 이 써글놈아.”
“어. 선생님도 욕하네. 나보고 욕하지 말라면서욧!”
“됐고! 빨리 저번 주 거 문제나 풀어.”
숙제도 안 한 주제에 수다 떠는 걸 좋아하는 중2라니.
“저는요, 엄마가 주스 사 오면 1.5리터 들이 제가 다 마셔요.”
“그럼 물은 안 마시고 주스만 마시냐?”
적당히 화답을 해줘야 한다. 중2를 대할 땐 더 섬세하게.
“아니요. 물도 마시죠.”
“야, 그럼 게임하면서 주스에 물 마시면 오줌 마려울 때, 너어! 혹시! 어.. 페트병에 오줌 싸는 거 아녀?”
“쌤! 저를 뭘로 보는 거예요? 오줌은 화장실 가서 싼다고요!”
그러면서 소변보는 시늉을 한다. 아 진짜, 아들도 안 키워본 내게 뭔 짓을 하는 겨.
“너 이번 주 교재는 완벽하게 해 놔!”
“넵!”
5년 ‘차이나는’ 남자 다루기는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