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을 잃은 가을 산책

홍삼을 먹을까?

by 게으른 산책가

며칠 전, 신랑은 자신의 경험담을 말해줬다. 3개월 정도 홍삼을 먹었더니, 속이 따뜻해지고 지금도 따뜻한 체질을 유지하고 있단다.


가을이 되니 추위가 산책하는데 큰 변수가 되고 있다. 오랜만에 산책을 나섰다. 비니를 쓰고 장갑을 꼈으며, 목에는 손수건을 둘렀다. 걷다 보면 열이 나니 외투는 입지 않았다. ‘걷다 보면’, 이건 초가을까지 해당하는 말이었는지 걸어도 계속 추웠다. 발이 알아서 빨라졌다. 몸이 식다 못해 차가워졌다. 발이 얼마나 빠르던지 오르막 끄트머리에서는 토할 것만 같았다. 의도한 게 아니었다.


산책하면서 생각을 많이 하는데, 날씨가 추우니 머릿속도 얼어붙었다. 오로지 목표는 ‘집에 들어가기’가 될 정도였다. 부스터를 착용한 듯 빨라진 다리가 느껴질 때쯤, 오른발 뒤꿈치가 아픈 게 느껴졌고 손목도 아파왔다. 고통은 다른 고통까지 까발리는구나. 내 오감은 모두 얼어붙었다. 아직 시월이니 가을 냄새가 달달하다며 온갖 감성에 빠져서는 헤벌쭉 웃으며 캉캉거리며 걸었을 때인데. 라디오 날씨 예보를 들으니 주말부터 날씨는 정신을 차린다고 한다. 내 오감을 벌써부터 얼게 하지 말아 다오. 난 가을을 냄새로 눈으로 피부로 먹는단 말이야.


40분 걷고 집에 와서 이불 뒤집어쓰고 있다. 손은 아직도 차갑다. 7시 반에 들어왔지만 아직도 춥다.




홍삼을 생각해봐야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안개가 바람에 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