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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으른 산책가 Oct 27. 2021

소박, 소탈, 소소

큰딸 물건이 중고가 될 때

시골 사는  좋다. 예민한 귀를 가져서  놀라는데, 조용해서 좋고, 게을러서  해먹는  싫어하는데 배달이  돼서 좋다(능력 밖의 일이라 얼마나 다행인가).


그런 데다가 나는 소박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옷도 참 대충 입고 다닌다. 며칠 전 순천에 갔을 때, 큰딸 옷을 훔쳐 입었다. 큰딸은 내 블로그를 보고는 자기 옷 입었냐며 묻더니, 이내 엄마 입으라고 선심 쓴다.


사실  옷엔 구멍이 났다. 구멍 난 채로 입고 다니려고 했는데 구멍이  묻은 걸로 보이는지 가족들이 떼어 주려고 했다. 그래서 게으른 나는 어쩔  없이 옷을 뒤집어 꿰맸다. 같은 색실이 없어서 최대한 비슷한 색인 갈색을 골랐다. 아뿔싸, 역시  똥손이다.


뒤집어서 꿰맸는데 앞뒤가 똑같이 티 나는  왜지? 뭐가 문제냐. 모르겠다. 그냥 입고 다니련다. 얼핏 보면 도둑 가시 붙은  같다. 가을과 어울리는 갈색이라 나쁘지 않은  같고. 혹시 몰라서 초록색 니트 조끼를 걸쳐 입었다.  튀는 초록색에 꿰맨 자리는 묻히라고 말이다.


소박하고 소탈하며 소소한   인생,  돈도 굳고 나쁘지 않다. 내가 독심술이 없어서 다행이다. 남들 속마음을 모두 읽는다면  정신병이 걸리고 말 테니까. 

큰딸 에코백, 책과 블루투스 키보드가 들어가서 딱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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