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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으른 산책가 Nov 20. 2021

숲 속 카페, 네시 해가 지다

<흙, 나무, 목련 잎 차받침>



아이들과 산속 카페에 왔다. ‘브로콜리 너마저’의 유자차는 아직도 이 카페에서 들을 수 있다. 구월과 같은 노래가 흐르지만, 바깥 풍경이 변한 탓인지 다른 노래처럼 들렸다. 창밖 너머 자두나무는 잎을 다 떨구었다. 굳이 세어보자면 스무 개 남짓 될 것이다.





9월에 먹던 꽃피자에는 꽃 가짓수가 풍성했다. 이제 11월 하순이 되었고, 꽃은 줄어들고 새우가 올려졌다. 아마도 올해 꽃피자 맛은 지금이 끝일지도 모른다.


찻잔 받침으로 목련 잎이 대신했다. 탁자는 투박한 게 당연하다는 듯했고, 몇 개 안 되는 것들이 모두 다른 모양이다. 주변에서 남은 목재를 구해 만든 탁자, 이것 또한 ‘재생’ 다시 살아서 제 몫을 해내고 있다.


여전히 꽃을 피워내는 덕분에 건조한 탁자 또한 ‘재생’ 되었다.




까마귀들은 사이가 좋아 보였다. 그들은 목소리마저 까매서 굵은 검정 크레용을 칠하고 다닌다. 물론 그들은 억울하다 하겠지만, 사람에겐 결코 호감은 아니다. 검은 크레용 목소리는 내지 않았으니, 사이가 좋아 보인다고 한 것이다.


여기 사는 동물들은 모두 온순하다. 지나가는 까마귀도 그렇고, 두 마리 개인 장군이와 워리도 그렇고, 노란 고양이인 오렌지도 그렇다.





많은 손님이 오고 갔다. 모두 가고 없는 텅 빈 지금, 잔나비 노래와 난로에서 나무 타는 소리는 그늘진 산속 카페와 더 진하게 어울린다.




타닥타닥 타닥타닥, 온기가 가득한 카페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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