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게으른 산책가 Nov 15. 2021

‘부모 마음’ 동냥

김장철이 다가온다

힘겹게 3층을 향해 걸어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딩동,  누군지 알아차리고 얼른 뛰어간다. 사실 나는 걸어오는 소리가 들릴 , 이미 누군지 알아차렸다. 수면바지에서 운동복으로 갈아입었다. 아래층 할머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오전 내내 김장 양념 냄새가 현관문틈 사이로 들어왔다. 내 코는 이럴 때는 굉장하다. 냄새를 맡고 오늘 새 김장 김치를 먹겠구나, 설레발을 치는 중이었다. 역시나 아래층 할머니셨다. 다리는 예전보다 더 안 좋아지셨는지 한 손은 다리에 얹고 계셨다.

“양푼 좀 가지고 나 따라와.”

나는 서둘러 양푼을 찾는데, 사이즈가  크다 싶었다.  쪽만 담으면 되는데 너무 커서 맞춰주시면 어쩌지....

 손에 들린 양푼을 보신 할머니는 역시 뭐라 하신다.


“아이고, 너무 작네. 더 큰 거 챙겨 와.”

? 이것도 큰데?”


조금    챙겨가는  손이 부끄럽다. 할머니  앞에는 택배로 부칠 김치 박스가 놓여 있다. 집에는 익히 알고 있는 따님께서 설거지를 하고 셨다. 할아버지는 면장으로 퇴임하신 분으로 점잖고 인자한 분이다.  분 다 건강하셔서 산책도  다니셨는데 이제는 다리가 불편해서 2층에 오르내리는 것도 힘들어 보인다. 그런 몸으로 김장해서 따님 아드님에게 김치를 보내신다.


 몸이 불편한데도 힘든 김장을 마다하지 않고 보내는 , 나는 못할  같다.  딸들에게 그냥 사 먹으라고 하던지 아니면 레시피 보고  것도 담아달라고 할 거다. 


김치를 담아주시는 손길이 거침없다.

“아 이 정도면 충분해요.”

양푼 안에 채워가는 김치가 가득한데 담는 손길이 멈추질 않는다.


“김장 안 했지? 더 가져가.”

 조금이나마 했어요.”


친정이 없는 내가 짠하게 느껴지셨구나. 양푼에서 다이빙할 듯한 김치를 보며 울컥한다. 친정이 없다고 슬프지 않았는데, 누군가는 이런 나를 챙겨주려 한다. 나는 괜찮다고 정리된 감정이, 김장김치에 울보가  뻔했다. 이제 보니 나에게 김치를 주는 분들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김장 안 했지? 


아직 친정을 갖고 있을 나이에 친정이 없다는  어른들에겐 짠한 거였다. 동정심이 기분 나쁘지 않았다. 이곳에 산다는 , 눈에 보이지 않는 보호막에 둘러싸여 있는지도 모른다. 젖동냥은 사라졌지만, 나의 친정 동네에 사는  ‘부모 마음’ 동냥을 받으며 사는 것이다.


2020.12.01 작년 일기


작가의 이전글 무신론자의 12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