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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쉼표 Nov 09. 2021

그깟 수학학원 때려치우자!





아이는 사고력 수학학원이 재미있다고 했지만 그래보이지 않았다. 베베 꼬인 문제를 푸는 아이를 보고 갈등했다. 내가 저런 식으로 배워본 적이 없다는 것과 나는 경험해보지 않았지만 이롭다는 말들 사이에서 고민했다. 아이가 놓인 환경은 내 어린 시절과 너무 다르다. 특히 수학같이 나와 거리가 먼 과목은 참고할 만한 내 경험치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엉거주춤 서서 고민만 하고 있었다. 아니, 사실은 어느 순간까지 아이에  대한 모든 판단을 내가 해야 하므로 그게 부담스러워 망설였던 거겠지.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한 과정이 끝나고 보는 총괄테스트날이 왔다. 그날 아이는 시뻘건 얼굴로 제일 마지막에 나왔다.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왜 이러고 지내야 하는 걸까.



​가족 모두가 모여 앉았다. 네가 즐거운 게 우선이라고 운을 뗐다. 사람은 모두 다르다. 누군가에게 쉽고 재밌고 유익한 경험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전혀 다를 수 있다. 모든 배움이 다 즐거울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즐거운 게 있으면 좋겠다는 말들이 내 안에 가득 찼다. 다양한 경험을 주고 싶은 나의 마음은 잠시 접어 두고 아이의 고됨을 살피기로 했다. 넌지시 아이에게 물었다.



아이는 앵무새처럼 대답했다. 지금은 힘들지만 계속하다 보면 생각하는 힘이 생길 것 같다고 했다. 남편은 그거 학원 선생님이 한 말 아니냐고 했고 나는 내가 한 말이라고 쿡, 허벅지를 찔렀다. 아이가 숙제를 하며 힘들어할 때 위로 차원에서 한 말인데 아이는 그 말에 묻혀 있었다. 남편이 조금 풀어서 아이의 선택권에 대해    설명을 해주자 아이는 다시 고쳐 말했다.



"그럼 그만 다니고 싶어. 집에서 좀 하다가 내가 학원에서 잘 대답할 수 있을 때 그때 다시 갈래."



아. 대답이 너무 구체적이어서 더 생각할 것도 없었다. 발표를 좋아하고 의외로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을 즐기는 내 아들은 집에서 머리 싸매고 숙제하는 것보다    더디게 대답하는 교실 환경이 더 부대꼈나 보다. 나는 숙제가 걱정이었는데 그랬구나. 너는.


다음날 엄마 어디가? 묻는 아들에게 엄마 학원 결제 취소하고 올게, 했다.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잘 다녀와~~하던 내 아이의 명랑함을 잊을 수 없다.


 생일 ,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미안하다는  카드 메시지에 잠시 멈칫하던 너를 나는 보았다. 그러니 우리 지금처럼 가보자. 마스크 쓰고 하루 종일, 운동장도  가고 급식실에서 친구들과 멀찍이 앉아 혼밥하는 너는 얼마나 지루하겠니. 오아시스같이  넘어갈  겨우 만나는 그런 재미 말고  자주 재미있고  행복하자. 행복이 일상이 되도록. 네가 즐거워 보이면 엄마는 좋아. 그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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