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게. 꼭 이해를 해야 되나.
친구가 나한테 한 질문이다. 제일 친한 친구이면서 내가 제일 의지하는 친구이고 또 비슷한 또래를 키우고 있는 친구이다. 며칠 전 밤, 나는 또 푸념 아닌 푸념을 하고 있었다. 언제나 나를 당황시키는 아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한참 내 말을 듣던 친구가 묻는다.
근데 네가 꼭 이해를 해야 돼?
응? 잠시 아득해졌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물음표가 나를 가득 채웠다고 보는 게 맞겠다. 나는 대체로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 애썼고 어떤 날은 그게 숙제 같기도 했다. 아이를 되짚으며 이해하다가 마음이 쓰리고 또 돌아서면 화가 나는 날들이 자주 반복되었다. 최근에는 밤잠을 설치기도 하고 일을 하다가 다른 키워드들로 인터넷을 한참 헤매기도 했다. 곧 친구는 이어 말한다.
아이가
너한테 잘 보이려고 태어난 것도 아니고.
그리고 어차피 이해가 안되잖아.
걔는 걔고 너는 너인데 누가 누굴 이해해?
심플해져라 친구야!
아... 나는 분명 친구한테 이야기를 하며 울고 있었는데 갑자기 눈물이 쏙 들어갔다. 그러고는 친구한테 너 진짜 멋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따지고 보면 내 눈물이나 고민이나 부담은 아이가 만든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든 것이다. 눈앞에 놓인 아이와 아이의 일을 내가 괜히 여러 각도로 돌려보면서 말이다. 그리고 내가 낳은 아이라는 이유로 나만큼은, 진짜 적어도 나만큼은 꼭 아이를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내가 낳았지만 너는 내가 아니라는 사실을 종종 잊는다. 나도 결국은 내 경험치 안에서만 너를 이해할 수 있는데, 어느새 나를 넘어선 너를 내가 어찌 다 이해할 수 있겠니.
언제나 문제 해결에 강한 나에게 모든 것은 당장 해결해야 하는 문제처럼 다가온다. 당연한 것과 당연하지 않은 것의 경계를 무너뜨리려고 애쓰면서 정작 내 아이에게는 엄격하다. 그래. 너는 내가 아니지. 해마다 하는 것 같은 이 다짐을 다시 하며 두 마디를 더 보탠다.
꼭 이해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사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