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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쉼표 Mar 05. 2022

어떤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




나는 사람을 상대로 하는 일을 하지만 사실 사람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공적인 발표나 강의를 하고 불특정 다수가 보는 공간에 글을 쓰는 것은 어렵지 않고 오히려 즐겁고 재미있는데 사적인 어떤 관계 속에서는 사실 에너지가 닳는 느낌이다.



기질적으로 여러 이유들이 있겠지만 그걸 일일이 밝히기에는    없다. 흔한 심리테스트나 MBTI에서도 나의 그런 면은 여실히 드러난다. 꽃말이나 스낵 종류, 드라마 펜트하우스나 오징어게임의 인물로 성격을 설명하는 테스트에서조차도 나는  같은 사람이었다.  



내가 소비되는 느낌. 갉아 먹히는 느낌은 반갑지 않다. 그런데 그 기준이 참 모호하다. 개인적이다. 어쩌면 이기적이다. 어떨 때는 즐겁고 어떨 때는 피곤하다. 대화 주제의 문제일 수도 있고 대화 상대의 문제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분명한 것은 나는 공적인 영역의 에너지가 더 강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사적인 관계는 단단한 가족과 손에 꼽히는 몇이면 충분하다. 나는 외롭지 않고 때로는 강하며 또 에너지가 넘친다.



나는, 그렇다. 그래서 결국 어떤 사람이 되겠노라 하는 다짐도 접어두기로 한다. 그저 나는 내 모양대로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적절한 울타리를 치고 공적인 에너지를 뿜으며 살면 된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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