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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쉼표 Jun 18. 2022

밤 10시 그리고 자정을 넘긴 시간



사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밤 10시면 학원에서 아이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옛날부터 그랬다. 동네 유명학원이 학원가 블럭에서 빠져나와 건물을 지었다. 그리고 그곳은 어쩌면 또 새로운 학원가가 될지도 모르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대낮같이 밝은 밤 10시. 횡단보도마다 서있던 차량 안내자들. 마치 아침 등굣길처럼 교통 깃발을 들고 아이들을 인솔하는 사람들. 그 사이에 끼어서 고기 냄새 풍기며 허쉬 아이스크림을 물고 있었다. 어떻게 다른지는 몰라도 어쨌든 우리는 분명히 다른 색이었다. 애들 아빠는 몇 년 뒤에 너희들 모습이라고 했고 나는 아닐 수도 있다고 했다. 각자의 학창 시절을 떠올려 본다. 정답이 없는데 정답이 없어서 다 그렇게 산다. 멀지 않은 그 시간이 숨 막힌다. 아마 다른 방법이 있을 거야. 생각해보자. 괜히 혼자 목을 가다듬는다.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고 나는 밀린 일을 꺼냈다. 정오답을 채점하는  일은 지루하다. 틀린 답을 정성껏 적어내려간  시간들도 애탄다. 그러다 자정을 넘겼다. 한참 남은 시험지보다 열어둔  사이로 들리는 소리에 마음이 멈춘다. 고요한 가운데  요란하게 들리는 택배차 소리. 아마 나도 애용하는 그곳이겠지.  각각의 새벽 배송. 이쯤되면 모두가 잠든 시간이라는 말도 거짓말이다. "모두" 범주는 어디까지인가.   , 잠시 동대문을 들락거리던  그때의  밤공기는 잊을  없다. 아무도 잠들지 않은 시간이었다. 적어도 거기선 그랬다. 그리고  나와 남편은 거기서도 다른 색깔이었다. 암만 흉내 내도 되지 않는,  색깔.



무엇이 되고 싶다 내지는 어떤 색을 갖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다만 온전한 나였으면 좋겠는데 살수록 그것은 어렵다. 하물며 내 아이에게는 어떨까. 매일 다사다난한 아이의 삶에 무엇을 기약할 수 있을까.



그래서 우리는 일단 내빼기로 한다. 자꾸 내빼다 보면 그 길이 어딘가로 가닿지 않을까 생각한다. 꽉 막힌 마음을 잊고 사는 척 하지만 사실 뚫릴 새가 없어. 그냥 내빼자 우리. 그럼 뭐가 되겠지.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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