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돌고 돌아 나는 독자만 있다면 글을 쓰고 글을 팔며 살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이리저리 굴러봐도 나는 열일곱 교실에 여전히 앉아 있어서, 더 좋은 대학이나 더 좋은 학과 대신 정말 그것만 하고 살았다면 나는 누구 말처럼 등단을 하고 글을 쓰고 독자를 얻었을까. 박사라는 명함은 어쩐지 쑥스럽고 매력적이지 않아. 요즘은 등단하지 않아도 누구나 출판을 할 수 있는 때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모양으로 발을 떼어야 할까. 그럭저럭 먹고살 만큼은 벌고 있는 강사 일은 그다음이 궁금하지 않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아직은 학생들과 티키타카가 되는 순간들이 잦은데, 내가 더 나이를 먹고 그저 그런 지루한 어른이 되었을 때 그때 나는 학생들과 또 어떤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아 궁금하지 않은 다음들.
지난 일주일 간 몸이 많이 힘들었고 괴로웠다. 회복이라는 어쩐지 낯간지럽고 어색한 두 글자가 자꾸 생각나는 날들. 그냥 아무것도 아닌 채로 이렇게 매일을 꾸역꾸역 채우다 보면, 뭐가 달라질까.
대체로 나는 상상보다 실천을 선택해왔는데 이번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그 방법을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