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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쉼표 May 23. 2023

내 꿈은 퇴사가 아니라 독립



어떤 말이 좋을까. 늘 내 생각을 표현할 적절한 말을 찾지 못했다. 근데 오늘 불현듯 비슷한 말들이 떠올라 글로 남겨 놓는다. 퇴사가 아니라 독립. 나 자신으로 말하기. 일하기. 뭐 그런 것 말이다.


나는 대학에 있지만 대학이 좋지 않고 강사를 하며 어쩌다 초빙교수 직함도 하나 얻었지만 최종적으로 교수가 되고 싶지 않다.


그렇지만 나는, 이 좋지 않은 것들로 살아간다. 내가 한 공부와 내가 딴 학위를 근거로 살아간다. 그것으로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그것으로 나를 소개하고 나를 설명한다. 그럴 수밖에 없다. 나라는 한 개인으로 나를 세상에 소개하고 증명하기에는 내가 턱없이 부족하거나 평범하다.


내게 학위와 직장은 마치 인용문 같다. 내 문장만으로 내 논리를 펼치자니 어딘가 타당도가 신뢰도가 떨어져 다른 이의 비슷한 견해와 입장을 끌어다 쓰는 인용문 말이다.


인용문이나 거대 이론에 기대지 않고 자신의 생각과 논리로만 채운 글에, 논리가 부족하다거나 직관에만 의지한 연구라거나 논문 같지 않은 글이라는 비판은 학계에서 매우 손쉽다. 그러니 몇몇은 자꾸 연구를 위한 연구로 함몰되어 주석만 길게 나열한다. 가끔은 그래서 이게 누구의 글인지 묻고 싶을 때도 있다.




주석 없는 삶을 살고 싶다.
내 꿈은 퇴사가 아니라 독립이다.




학교밖에서, 학교와 관계된 주석을 붙이지 않고 강의하며 활동할 수 있는 삶을 꿈꾼다. 그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가 필요하지만 용기와 결단이 가장 먼저 필요하다. 주석 없이, 나를 증명해 줄 인용문 없이, 든든한 학교 없이 내가 나를 증명할 수 있는가, 혹은 설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


퇴사는 이제 식상한 키워드다. 일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은 적어도 내게는 아니다. 그러니까 독립이 맞다. 그 어떤 표식에 기대지 않고 내가 나 자신으로 학교 밖에서 충분히 살아가는 것. 내 일에서 최종적인 목표를 세운다면 이것 아닐까. 물론 아직 용기는 없다. 언젠가 갑자기 용기가 불쑥 고개를 쳐들면, 그날이 바로 독립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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