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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쉼표 Mar 17. 2020

정말, 아이들이 문제인가?





개학이 연기되었다. 개학이 연기됨과 동시에 아이들의 집콕 권장 글이 쏟아진다. 길에서 본 마스크 안 쓴 아이들 목격담, 학원 앞 식당에서 아이들끼리 샌드위치를 먹으며 가까이에서 수다를 떨고 있다는 목격담, 놀이터에서 노는데 마스크 쓴 아이가 하나도 없다는 목격담. 그 목격담에는 화가 분노가 담겨 있었다. 사람들은 개학 연기에 정당성을 부여하며 그틈에 마스크 안 쓰는 아이를 인터넷에 고자질하고 그 너머에 있을 부모를 욕한다. 참 쉽게.




개학 연기는 닫힌 공간에 사람을 모아두는 학교의 특성상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런 선택들 사이사이마다 아이들을 다스려지지 않는 대상으로 마음껏 묘사하는 게 거북하다. 개학 연기는 예방 차원에서 하는 조치일 것이다. 아이들을 문제요인으로 보는 조치는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학 연기라는 조치에다가 개개인으로 존재하는 아이들을 통제 대상, 그러나 통제되지 않는 대상으로만 여기는 시선을 끼워넣는 어른들이 많다. 불편하다. 이것은 결국 노키즈존의 어떤 사유와 닿아 있으며 결국에는 모든 계층에 관한 차별적 시선으로 뻗어 나간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자는데도 식당과 카페에 사람들은 넘친다. 특정 종교인의 문제만이 아니다. 동네 맛집은 한때 조용하더니 요즘은 다시 대기 시스템을 가동했다. 포장을 하려 해도 30분을 대기하란다. 많은 어른들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침 튀기며 술을 마신다. 백화점 명품 매장은 여전히 어른들이 줄을 서있고 신상 입고 소식에 내달리는 어른들의 이야기가 인터넷 여기저기 놓여 있다.



어른도 못하면서, 아니 안 하면서 어떻게 아이들에게 저렇게 손가락질을 하는지. 횡단보도에 선 아이에게 마스크 안 쓰니? 라고 물을 용기는 있고 순댓국집에서 침 튀기며 술 먹는 어른에게는 물을 용기가 없는 그 비겁함.




진짜. 너나 잘하세요, 말하고 싶은 순간들이다.



아이들은 아무 죄가 없다.



인간의 삶이 낳은 바이러스는 아이들의 발목을 잡는다. 앞으로 그 발목 잡힌 인생을 자주 마주할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사과는 못할지언정.




아이들은 정말 아무 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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