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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쉼표 Mar 31. 2020

날마다 햇살만 따가워진다




여러 감정들이 순서대로 온다. 즐거웠다가 편안했다가 힘들었다가 짜증났다가 다시 좋아졌다가. 같은 듯 다른 날들이 반복되고 내 감정도 그 굴레 안에서만 맴돈다. 다른 것을 생각하거나 다른 감정을 느낄 틈이 없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화가 나고 매일 비슷한 시간에 기분이 나아진다.





앞으로는 어떨까. 언제까지 갈 지 모를 이 위축된 일상. 출강하는 학교가 세 군데인데 이번주를 기점으로 이제 세 학교가 모두 개강을 했다. 물론 전부 온라인 강의다. 9과목을 매주 온라인으로 만들어야 하니 죽을 맛이다. 애들 표정도 안 보여서 더 슬프다. 허공에 대고 하는 수업이 언제까지 될까. 내 수업만 듣는 게 아닐 학부생들은 매주 쏟아지는 과제를 하느라 안녕할까.





우리 아이는 올해 초등 입학을 하는데 이 지경이다. 사실 다른 것보다 이게 제일 힘들다. 우리의 처음, 내 아이의 처음을 어영부영 이렇게 망치고 드는 상황들이 싫다.





아마도 이 모든 마음들은

이 일상의 끝이 안 보여서 드는 거겠지.

기약할 수 없어서. 아무도 몰라서.







이런 줄도 모르고 햇살만 자꾸 따가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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