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물욕 충만한 나는 출퇴근하며 다닐 때는 신발이나 가방, 화장품이나 귀걸이, 옷 같은 품목의 뽐뿌를 늘 안고 살았다. 물론 뽐뿌만이 아니고 끊임없이 사다 날랐다는 점도 함께 고백한다.
그런데 요즘은 활동반경이 좁아지고 일도 집에서 하고 아이들과 집에서 복작거리는 일이 많으니 매일 비슷한 옷에 마스크에 운동화만 신는다. (아 그래서 운동화를 두 켤레 샀구나)
아무튼간에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이제 색다른 뽐뿌가 오는데, 그거슨 바로... 집.
진짜 어이가 없어서 혼자 웃었지만, 웃다 말고 자칭 타칭 검색왕인 나는 또 검색을 시작했다. 지금 38평에 살고 있으니 이보다 확 큰 집에 거실 뷰가 산이면 좋겠고 필로티면 금상첨화지. 그럼 애들 둘한테 소리를 덜 지르겠지? 하며 지역 카페를 검색하며 아파트 리스트를 좁히고 네이버 부동산까지 기웃거리는데 걸린 시간, 15분.
남편이 나를 보더니 초등 입학식을 앞두고 있는 큰아들이 입학 전에 전학하는 일이 생길 것 같다며 덜덜 떨고 있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 전세 놓고 거기 전세. ㅇㅋ? 하며 또 웃는다.
아 삶의 질이란 이런 것이지. 내가 처한 상황, 내가 주로 머무는 시공간에서의 만족도를 챙기는 것. 지금은 원피스나 구두, 가방의 색깔이 전혀 상관없다. 그저 더 넓은 집과 마음이 달래지는 풍광, 서로가 평화로울 수 있는 그런 공간만이 필요할 뿐이지.
인간이란. 정말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