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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쉼표 Apr 02. 2020

엄마 말의 반대




할머니네 간다고 집 현관문부터 마스크를 쓰고 나왔다. 엘리베이터에 사람이 있을까봐 현관부터 마스크를 끼는 일상. 바로 내 차에 오른다는 생각에 그냥 나갔다가 엘리베이터에서 동공이 흔들리는 이웃들을 자주 봐서 그 동공을 지키고자 마스크를 미리 챙긴다. 얼마 전 있었던 몇 초간 엘리베이터 동승으로 인한 전염은 결국 다 음성으로 밝혀졌지만 그런 결과를 끝까지 지켜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냥 엘리베이터에서 옮았대! 하고 모두 더 공포에 빠질 뿐이다. 암튼 그건 그거고 서로를 위해 마스크를 챙겨 끼고 나갔다.




밖으로 나가니 아무도 없다. 우리 차를 찾아 걸어가며 아이들에게 말했다. 마스크 줘. 사람 없으니 마스크 벗어도 되겠다.



그러자 6살 둘째가 말한다.


"그냥 엄마 말의 반대로 됐으면 좋겠다."




속으로 뭐라는겨 생각하고 별 대꾸를 하지 않고 걸어갔다. 반대? 마스크를 쓰고 싶다는 거여 뭐여 하며 무거운 짐을 들고 걸어가는데 아이가 이어 말한다.






"엄마 말의 반대 말이야.
그냥 사람이 많고 코로나는 없으면 좋겠어."







순간 마음이 조금 멈칫거렸다. 그렇구나, 우리 아들. 엄마 말의 반대... 사람이 없는 건 전혀 반갑지 않은 아들. 사람이 많고 그저 이 코로나가 없어졌으면 한다는 너의 생각.



이어서 8살 큰아이가 말한다. 맞아, 사람이 많아도 좋으니까 그냥 밖에서 맘껏 놀고 싶다. 그치?




참 가여운 일상이다.



그치, 얘들아.

엄마도 그랬으면 좋겠네.

이번만큼은 엄마 말이 반대로 되면 좋겠네.




청개구리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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