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몰아치는 날에는 책장 앞에 선다. 오랜만에 수업과 관계없는 책을 뽑아 들었는데 아들이 옆에서 베이블레이드 시합을 하자고 한다. 너도 책 읽자 했더니 말도 안 되는 포켓몬스터 도감을 들고 와서 얘 얼굴이 어딘지 맞춰보라는 둥, 얘 전투력이 몇이라는 둥 말을 걸어댄다. 그 말도 안 되는 질문에 심드렁하게 대답을 해주며 책을 읽다 보니 오후가 되었다. 이 말인즉 아이는 학원에 갔고 나는 수업 준비를 할 시간이 왔다는 말이다. 바람은 선선하고 세상은 소란스럽고 나는 여전히 세속적이다. 이 욕망스러운 삶을 떨쳐내고 싶다가도 이미 이 생은 망했다고 읊조린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걸까.
거미를 보고 노루를 보고 스러져가는 동무를 보고 진정으로 슬퍼서 울음을 짓고 시를 지으면서 동시에 당대에 손꼽히게 유명한 모던보이였던 백석 시인이 종종 생각난다. 내 석사논문 대상이었던 백석 시인은 정말 그 모던함을 좇는 욕망과 그 욕망을 붙드는 선한 마음 사이에서 아무렇지 않았을까. 멋지게 차려입은 자신과 맨발로 선 동무를 번갈아 바라보면서 백석은 어떤 심정으로 견뎠을까.
세상은 언제나 양극단으로 뻗쳐나가고 나는 늘 애매한 언저리에 서서 애매한 태도로 살아간다. 이 지독하게 싫은 애매함.
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