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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쉼표 Jul 01. 2020

엄마 사춘기가 뭐야?




아이랑 떡볶이를 시켜먹는 점심시간. 드라마를 틀었다. 보다 말다 했던 드라마인데 마침 하길래 틀어두었다. 아이에게 크게 나쁠 드라마는 아니라 같이 보는데 옆에서 이러쿵저러쿵 말을 댄다. 드라마 찍는 사람들은 힘들겠다, 저 사람도 엄마네, 저 아줌마는 왜 울어? 우리도 가족인데 우리 이야기가 저기 다 나오네, 나도 엄마한테 거짓말해서 혼났는데 킥킥하며 끼어든다. 대강 대답하며 떡볶이를 골라 먹는데 아이가 또 묻는다.



엄마, 사춘기가 뭐야?




사춘기? 갑자기 제대로 답을 해주고 싶었다. 뭐라고 하면 8살짜리를 이해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며 말을 골랐다.



사춘기는...



주원이가 좀 더 자라면 몸이랑 마음이  갑자기 훅 클 때가 있거든? 그럼 얼마나 힘들겠어. 작았던 몸이 갑자기 커지고 주원이가 모르고 지냈던 자기 몸을 알게 되는 거야. 근데 몸만 크는 게 아니라 생각도 마음도 갑자기 훅 자란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걸 생각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짜증도 나고 화도 나겠지? 그때를 사춘기라고 해.




가만히 듣던 아들이 말한다.




아, 엄마!
난 그냥 사춘기 안 하고 크고 싶어.
그런 거 안 하고 그냥 지내면 좋겠다.
어린 시절처럼 이렇게.




그러게. 나는 곧바로 답했다. 엄마도! 엄마도 네가 그랬으면 좋겠어. 하고 말이다. 그러고는 비밀 같은 뒷말, 엄마도 너무 무섭거든. 정말이야. 어쩌면 엄마가 집을 나갈지도 몰라... 이 뒷말은 생략했다.





아이의 질문을 들으며 아이의 성장을 확인하고 아이의 질문을 들으며 아이의 미래를 생각한다. 아이가  하루씩 세상을 알아가는 동안 우리의 그런 날들은 하루씩 더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그런 시간. 오늘의 점심시간.




그저, 평화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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