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랑 떡볶이를 시켜먹는 점심시간. 드라마를 틀었다. 보다 말다 했던 드라마인데 마침 하길래 틀어두었다. 아이에게 크게 나쁠 드라마는 아니라 같이 보는데 옆에서 이러쿵저러쿵 말을 댄다. 드라마 찍는 사람들은 힘들겠다, 저 사람도 엄마네, 저 아줌마는 왜 울어? 우리도 가족인데 우리 이야기가 저기 다 나오네, 나도 엄마한테 거짓말해서 혼났는데 킥킥하며 끼어든다. 대강 대답하며 떡볶이를 골라 먹는데 아이가 또 묻는다.
엄마, 사춘기가 뭐야?
사춘기? 갑자기 제대로 답을 해주고 싶었다. 뭐라고 하면 8살짜리를 이해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며 말을 골랐다.
사춘기는...
주원이가 좀 더 자라면 몸이랑 마음이 갑자기 훅 클 때가 있거든? 그럼 얼마나 힘들겠어. 작았던 몸이 갑자기 커지고 주원이가 모르고 지냈던 자기 몸을 알게 되는 거야. 근데 몸만 크는 게 아니라 생각도 마음도 갑자기 훅 자란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걸 생각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짜증도 나고 화도 나겠지? 그때를 사춘기라고 해.
가만히 듣던 아들이 말한다.
아, 엄마!
난 그냥 사춘기 안 하고 크고 싶어.
그런 거 안 하고 그냥 지내면 좋겠다.
어린 시절처럼 이렇게.
그러게. 나는 곧바로 답했다. 엄마도! 엄마도 네가 그랬으면 좋겠어. 하고 말이다. 그러고는 비밀 같은 뒷말, 엄마도 너무 무섭거든. 정말이야. 어쩌면 엄마가 집을 나갈지도 몰라... 이 뒷말은 생략했다.
아이의 질문을 들으며 아이의 성장을 확인하고 아이의 질문을 들으며 아이의 미래를 생각한다. 아이가 하루씩 세상을 알아가는 동안 우리의 그런 날들은 하루씩 더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그런 시간. 오늘의 점심시간.
그저,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