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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쉼표 Aug 06. 2020

인생에서 먹는 재미



언제나 음식에 별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매일 저녁 맛난 거 먹으며 힐링하는 나를 보면 내 생각이 완전히 틀려 먹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물론 아직도 가족이 아닌 사람들과 약속 잡고 식사할 때는 뭘 먹든 크게 상관없고 음식 고르기는 내게 가장 힘든 임무이며 이것도 저것도 크게 가리는 게 없는 물 같은 사람이다. 오랜 친구들은 내게 뭘 먹을까 묻지 않는다. 그 물음이 필요 없다는 걸 잘 안다. 다만 집에서 먹는 밥들은 너무 맛있고 행복하다는 것은 좀 다른 문제다.







며칠 전에는 간단 부추전을 해 먹었다. 그냥 크린백에 부침가루 붓고 부추 잘라 넣어 흔들어서 프라이팬에 쏟아붓고~ 기름 촥~ 달걀 3개 풀어 촥~ 해서 완성. 맥주+막걸리 두 병을 하니 노곤하지만 즐거웠다.




요즘 치고 일찍 결혼, 출산한 내게 미식은 좀 사치였다. 미식이 한창 이슈일 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이름난 곳에 찾아가서 밥 먹는 것보다 아이와 후다닥 먹기 쉬운 곳이 우선이었기에 정확하게 나는 미식가는 아니다. 다만 편안한 분위기에서 맛난 거 먹으며 나도 모르게 이 맛에 살지! 말하는 걸 보면 삶의 필수 조건인 의식주! 그중에 식!이 왜 이토록 중요한지는 정말 알겠다.



작은애는 설사를 해서 흰죽 먹이고 우리끼리 파티를 해서 쪼끔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이의 아픔을 내 기쁨과 완전히 바꾸지 못해 미안하지만 아이는 부추전도 막걸리도 좋아하지 않으니 큰 문제는 없었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일상들을 스스로 위로하며 사는 우리들은 어항 속에 갇힌 것 같은 매일을 먹으며 마시며 버틴다.



오늘은 잠시 해가 떴다.

오늘은 그 기념으로 무엇을 먹을까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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