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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쉼표 Nov 04. 2021

엄마 아빠도 오늘이 가장 아름답단다





그때가 좋을 때다, 지나고 보면 그때가 제일 예쁘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다, 왜 그 시절을 그렇게   보냈나 후회된다 하는 말들. 아이를 키우며 정말 많이 듣는 말이다.



임신을 했을 때도, 낯선 신생아를 안았을 때도, 아기띠를 두르고 두 시간씩 서서 아이를 달랠 때도, 아이가 밥을 먹지 않아 고민할 때도, 아픈 아이를 돌보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울 때도, 커가는 아이의 매일을 염려하거나 걱정할 때도 매번 그런 말이 나를 감쌌다.



그때가 가장 좋을 때야.



안다. 너무나도 잘 안다. 삐딱하게 앉아 단답형으로   대답하거나 불쑥 자기의 마음을 내던지며 쏘아붙이는 순간들이 벌써 있다. 몇 년 뒤 우리가 얼마나 멀어질까 생각하면 벌써 슬프다.



하지만 그 슬픔과 두려움이 오늘의 우리를 붙들지는 못한다. 부모의 오늘. 가장 찬란하게 빛날 이 순간들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다. 가장 젊은 날이자 가장 바쁜 날, 자기 삶을 스스로 꾸려나갈 수 있는 건강과 마음이 허락된 그런 날들이 말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에게도    이때가 가장 좋을 때다.



나의 오늘과 아이의 오늘을 저울에 매단다. 그 균형을 지키려고 부단히 애쓴다. 결국에는 아이에게 기울게 되겠지. 잘 안다. 하지만 그래도 일단 버텨본다. 나의 가장 아름다운 날들을 너에게 바쳤다고 핑계 대고 싶지 않아서, 너를 변명 거리로 만들고 싶지 않아서, 우리의 가장 좋은 날을 지키고 싶어서, 우리 각자의 빛을 지키고 싶어서 애쓴다.     



그 버팀 속에서 모두가 자라고 넘어지고 다시 또 자란다. 엄마 아빠도 오늘이 가장 아름답다는 사실을 아이가 알까. 모르겠지. 안다고 뭐 달라질 것도 없고 아이가 굳이 알 필요도 없다. 그렇지만 한번 말해본다. 내가 숱하게 듣던 그 말을 되돌려본다.



우리도 이때가 가장 좋을 때야.

우리 함께 아름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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