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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쉼표 Dec 30. 2020

애매한 존재로 산다는 것




이 애매한 존재. 가끔씩 찾아오는 생각들.

요즘 말로 "현타"가 잊지 않고 나를 찾는다.



이 존재의 애매함. 늘 어딘가 완전하지 못한 채로  반쯤 기대어 서 있는 것 같은 이 애매함. 이도 저도 아닌 상태. 어느 쪽으로 기울어져도 어느 것을 관두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존재.



나라는 존재에 달린 무수한 수식. 어떨 땐 그 무수한 수식이 부담스럽다가 어떨 땐 그 무수한 수식으로 나를 설명하고 증명하는 게 지겹다.



나는 그저 나인 것을,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단순한 삶이 아니지. 두 아이의 엄마라는 것도 버거운데 내가 하는 일도 기약 없이 위태로워서 외다리를 건너는 듯한 이 삶이 가끔 지루하다.



이도 저도 확실한 게 없어, 그런 날들을 애태우며 살아가는 날들이 왜 부쩍 초라해 보일까. 미션클리어하듯이 분주하게 살았는데 아무리 그랬어도 결국 내겐 남겨지는 게 없을 것 같아, 어딘가 쓸쓸해진다.



어른들이 그랬던 것처럼 아이들의 무탈을 행복으로 알고 사는 것. 나의 다음을 기대하기 힘든 것. 그 싫은 게 점점 내게 당연해지는 것 같은 날들. 겨울 한가운데서 이런 생각을 하니 조금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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