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마을 길을 걷다 보면 여러 가지 나무를 만난다. 요즘은 가을이 다가오고 있으니 나무에 열매가 맺힌 것이 보인다. 집 앞에 나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나무는 뽕나무인데, 오디는 이미 계절이 지나가서 새들이 다 먹어 치운 지 오래다. 대문 오른쪽, 창문 아래에는 봄이면 은방울 같은 하얀 꽃이 주렁주렁 달리는 때죽나무에도 꽃만큼이나 많은 열매가 달려있다. 왼쪽에 있는 덜꿩나무에는 아직 빨간 열매가 덜 자랐다. 우리 마을 이름이 밤나무골은 아니지만 담넘어에 밤나무가 많다. 따서 먹기에는 크기가 아주 작고, 전혀 약을 치지 않기 때문에 벌레 먹은 열매가 대부분이다. 그걸 모르는 사람들이 아이들과 온종일 따서 커다란 포대에 담아 가는 것을 보면 참 인간의 욕심이 끝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 아래에 겨울철 다람쥐, 청설모 먹이이니 가져가지 말라는 푯말이 아무 소용도 없다. 우리 집 앞 길은 막다른 길이다. 300미터쯤 가면 돌아 나와야 한다. 아침 운동 시작할 때 워밍업으로 걷는 길인데, 왼쪽에는 감나무가 서있다. 올해는 비바람에 열매가 많이 떨어져서 겨울철 까치밥이 많이 줄 것 같다. 길 오른편에는 몇 그루 상수리나무가 서 있다. 도토리가 많이 열려있고, 크기도 실해 보인다. 거기를 좀 지나다 보니 이름 모를 나무에 갈색 커다란 열매가 달려있는데, 호두와 비슷한 모양이다. 식물도감을 찾아보니 칠엽수라고 되어있다. 이것을 알아본 것이 일주일 전이었다. 열매가 눈에 띄는데도 사람들 손을 타지 않아서 알아보니 이 열매는 독성이 있어서 식용으로 쓰지 않는단다.
집으로 올라오는 언덕에 서있는 봄에 노란 꽃이 피는 산수유는 가을이 깊어지면 빨간 열매를 맺지만 아직은 시기가 이른 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오늘은 아랫동네를 지나다가 가래나무를 발견했다. 오래전부터 거기 있었을 텐데 알지 못했다. 열매가 길쭉한 호두 같이 생겨서 예전에는 이 열매 두 개를 손에 쥐고 딸그락딸그락 손운동을 하시던 어른들이 많았다. 가래 열매를 호두 비슷해서 까먹어 보려고 하면 낭패보기 십상이다. 껍질 두께는 호두의 두세 배쯤 되는데 속에 든 열매는 별로 없고 맛도 텁텁하다. 그래서 손운동 도구로는 딱이다. 오랫동안 손에 들고 다니면 손기름이 묻어 색깔도 좋이진다. 나도 이걸 누가 줘서 가지고 있었는데 아마 어디 깊은 곳에 숨어 있을 것 같다. 올해는 내가 좀 주워다가 만들어서 동네 노인들과 나누어 볼까하는 생가을 해본다.
그러고 보니 마을에 열매가 맺히는 나무가 꽤 많다. 아랫마을에 모감주나무를 키우는 집이 있었는데 찾아보려니 어디였는지 기억이 안 난다. 꽈리 같이 생기 열매 속에 염주를 만든다는 단단한 둥근 열매가 있다는데 뜯어서 본 적이 없다. 시월이 제철이라니 계속 찾아봐야겠다.
아침 마을 걷기를 거의 끝내고 마을 중간에 있는 갤러리 카페 앞을 지나는데 거기에 모감주나무가 서있다. 여기 자주 들러서 커피를 얻어마시며 마을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곳인데 이 앞에 모감주나무가 여러 그루 서있는 것을 몰랐을까? 카페 사장님이 천주교 신자여서 저 나무 열매가 묵주 만드는 열매라고 했더니 59개 골라서 수제묵주를 만들어 파시겠다면서 웃었다. 나도 108개 까만 열매를 모아서 염주를 만들어 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108개는 너무 많으니 스무 알쯤 모아서 소원 성취 팔찌를 만드는 쪽이 쉽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