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나는 연꽃을 좋아한다. 나이가 들면서 더욱 그렇다. 그런데 이 연꽃은 한여름 가장 더운 복중에 피어나서 구경 다니기가 힘들었다.
몇 년 전 헤이리마을 이장님이 갈대 무성한 마을 저수지를 걷어내고 연을 심으신다고 했다. 나는 연을 좋아하니 기대가 컸다. 연을 심고 첫해 여름이 되니 아직 뿌리가 넓게 퍼지지 않았는지 저수지 한구석에 두세 송이 꽃이 피었다. 원래 광장 쪽에는 수련이 전부터 피었는데, 수련은 좀 더 넓게 퍼지고 연은 자리 잡으려면 시간이 걸릴 듯 보였다.
올해가 연을 심은지 4년째인가 5년째인가? 올해는 저수지 전체가 넓은 연잎으로 덮였고, 흰색, 분홍색 꽃이 만개했다. 정말 보기 좋다. 매일 아침 저수지 주변을 산책하며 즐기고 있다.
북송시대 애련설을 읊은 주돈이만큼 사랑을 표현하지는 못하겠지만, 사진을 찍고 포토 샵을 이용해 편집을 하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게 즐겁다. 가까이 다가가 향기도 맡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러기에는 거리가 좀 있다. 주돈이는 '진흙에서 나왔으나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맑고 출렁이는 물에 씻겨 깨끗하나 요염하지 않고, 속은 비어있어도 밖은 곧으며, 덩굴도 뻗지 않고 가지를 치지 아니하며,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고, 꼿꼿하고 깨끗이 서 있어 멀리서 바라볼 수는 있으나 함부로 가지고 놀 수 없는 연꽃을 사랑한다.'라고 했는데 나는 향기를 느낄 수 없으니 몹시 아쉽다. 그래도 연꽃을 즐기기 위해 유명 연못을 찾던 수고를 덜 수 있어서 즐겁다.
오늘 아침 찍은 사진을 컴퓨터로 옮겨 작업을 하다가 문득 연꽃은 비슷한 환경에 산다고 한꺼번에 피었다가 한 번에 지는 벚꽃이나 목련과는 사뭇 다른 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홍색도 있고 흰색도 있는데, 이제 막 올라오는 봉오리도 있고, 소담하게 피어나는 꽃도 있고, 활짝 만개한 것도 있는데, 벌써 꽃잎을 다 떨구고 연밥만 남은 것도 있다. 부처님의 깨달음과 가르침이 이 모습 속에 있다고 하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