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게 약이고 아는 것이 힘이다.
조금만 움직여 보자
첫 스위치온의 목표는 ‘셋 포인트(Set Point)를 벗어나기’였다. 실제로 나는 어지간한 운동과 식단에도 꿈쩍도 않던 체중을 ‘움직여 보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식단을 조금씩 완화하고 운동 빈도도 조금씩 줄였다. 술자리도 약속이 생기면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는 가졌지만, 감량된 체중에서 1kg 전후의 변화에서 그치며 4,5개월간은 유지가 되는 것 같았다.
그러다 문제가 생겼다. 집에 환자가 생겼다. 원래도 주말부부이면서도 직장과 두 아이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조건이었다. 그런 척박한 환경에서도 억척스럽게 놓지 않았던 자기 관리였는데, 이젠 아이의 질병관리가 모든 것에서 최우선 순위가 됐다. 몸도 마음도 여유가 없다. 자기 관리는커녕 쌓이는 스트레스를 자기 파괴적인 방법으로 풀게 됐다.
대사의 스위치를 켜고 건강하게 유지해 왔던 몸이지만, 장기간에 걸친 고강도의 자기 파괴적 스트레스 해소-불규칙 한 수면과 식사, 가공 식품 위주 섭취-에는 두 달을 버티지 못했고, 작년 10월-11월에 걸친 스위치온의 효과는 올해 5월까지 버텨주다 끝내 뚫려버리고 말았다.
스위치온은 요요가 없었다. 내 자기 파괴적 습관이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재발현 된 것뿐.
달라져야 한다
두 번째 스위치온의 목표는 정말 ‘감량’ 그 자체다.
첫 스위치온 때와 비교하면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지도 않고, 식단도 완전히 무너져있는 상태다. 180도 바꿔야 한다.
하지만 방법을 알고 있다. 지속가능한-내 입맛에 맞고 건강한-식단을 알고 있고, 운동량의 기준도 세워져 있다. 또 내 몸에 생기는 변화들을 더 잘 포착하고 이해할 수 있다.
스위치온 실패하는 방법
스위치온을 실패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나는 ‘마지막 만찬’을 추천하겠다. 누가 다이어트는 내일부터라고 했던가. 다 틀렸다. 다이어트는 오늘부터, 생각난 즉시 해야 한다. 그런데 스위치온은 다음 주부터 하기로 했다면?
바꿀 수 있는 것부터 조금씩 바꿔야 한다. 4주간 이어질 대장정의 시작을 알리는 총성은 단백질 셰이크가 맡지만, 스타팅 블록에 발을 올리지 않으면 제 때 튀어 나갈 수 없다. 수면 습관을 조정하고 운동 시간을 확보하자. 의도에 따라 식사하고, 운동하고, 잠에 드는 생활을 미리 연습해 두면 더 순조롭고 빠른 스타트가 보장된다.
54회. 4주간 단백질 셰이크로 섭취해야 하는 끼니의 횟수다. 유지기까지 가질 생각이면 최소 6~70회의 끼니를 단백질 셰이크로 먹게 된다. 저탄수 고단백 식사를 위한 닭가슴살도 많이 필요하다. 다이어트의 시작은 모름지기 ‘지름’으로부터. 단백질 셰이크와 닭가슴살부터 방 한가득 쟁여 놓고 보는 당신, 잠깐 멈추자.
단백질 셰이크도, 닭가슴살도 조금만 먹다 보면 정말 많이 질리는 음식이다. 아무 생각 없이 먹어지다가도 한번 먹기 괴로워지면 정말 답이 없다. 성분을 꼼꼼히 따져 좋은 제품으로 잔뜩 사두고 포기하는 것보단, 성분이 조금 느슨하더라도 지속 가능한 게 중요하다. 조금씩 사서 먹어보며 질리지 않게 변화를 주거나,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자.
공주가 마녀가 되는 그 시기, 당신은 무탄수로 살아갈 수 있는가? 인정하자. 여성은 한 달에 두 번 호르몬의 노예가 된다. 월경기와 배란기다. 붓고 화나고 식욕이 돋는다. 모든 게 맘에 안 든다. 스위치를 켜? 스위치가 켜졌는지 말았는지 궁금하지도 않다.
여성이라면 4주 플랜을 계획할 때 다른 일정보다도 자신의 생체 일정을 우선해서 고려하도록 하자. 안 좋을 때 더 안 좋아지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
일주일 남기고
내 두 번째 스위치온 계획은 열흘을 남기고 세워졌다. 한 달 전부터 계획했던 첫 스위치온에 비해 준비 과정이 턱없이 짧다. 비상이다. 나는 여전히 고삐 풀린 망아지다.
얼마면 돼, 얼마면 되냐고? 내 의지는 1시간에 4만 5천 원이다. PT 선생님과의 약속은 망아지도 헬스장에 가게 한다. PT는 주 1회이지만, 선생님의 감시는 주 7일 계속된다. ‘이번 주도 안 오셨죠?’의 공포까지 포함된 패키지 가격인걸 감안하면 아주 합리적인 편이다.
사무실 책상 간식을 비운다. 주의할 점이 있다면 내 뱃속에 비워선 안된다는 것이다. 주변에 내 잠재적 살을 나눠주던가, 그게 정 미안하다면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 아까워할 것도 없다. 먹으면 살, 버리면 쓰레기다.
오늘부터 신데렐라다. 12시가 되면 가야 한다. 이미 집인데 어딜 가냐고? 침대로! 스위치온에서는 11시 이전 취침, 7시간 이상 수면시간을 기준으로 얘기하지만, 바쁜 현대인에겐 어림도 없다. 12시에라도 잠들 수 있다면 감지덕지다. 신데렐라 딱 대, 니가 내 목표다.
J 모먼트 풀발동 해본다. 평소엔 볼 일도 없던 다음 달 달력까지 펼쳐본다. 생리 주기를 체크하고, 회사 행사와 가족 행사, 친구, 친척 모임까지 다 뒤져서 식단 충돌이 없는지 확인한다. 다행이다. 나는 I라 한 달간 약속이 두 개 밖에 없다. 샤브샤브와 보쌈으로 어떻게든 넘길 수 있겠다.
이제 실천만 남았다.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기에 무섭지만, 알기 때문에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