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차를 넘긴 당신, 가장 큰 산을 넘었다.
위기의 2일차
2일차. 이제 공복감이 본격적으로 밀려온다. 시작 전날까지 아무 죄책감 없이 먹었던 소금빵과 치즈케이크는 이제 내 뱃속에 남아있지 않은 모양이다. 그렇다고 단백질 쉐이크가 남아있냐면 그런 것 같지도 않다. 뱃속이 아주 텅 빈 느낌이다. 무기력감도 1일차 보다 심해졌다.
머리가 무겁고, 손발이 저릿저릿한 느낌이 난다. 하루 종일 졸리다. 사실 이런 증상은 어느 정도 예견된 증상이고, 또 어떻게 보면 탄수화물이 고갈되어 가고 있다는 좋은 신호기도 하다. 아무리 좋은 신호인걸 알아도 힘들긴 가장 힘들다. 2일차를 넘겼다면, 스위치온의 가장 큰 고비 중 하나를 넘긴 것이니 기뻐해도 좋다.
그럼에도 예약된 PT는 강행했다. 의지는 역시 돈으로 사는 것. 체력이 넉넉지 않으니 하체 운동은 무리고, 등과 어깨 위주의 루틴으로 운영했다. 힘이 들지 않는 건 아니다. 등을 당기고 어깨를 민다고 숨이 차진 않을 거라 생각했던 건 오산이었다. 흠뻑 땀에 젖어 집에 와선 다시 단백질 쉐이크를 들이켠다.
지방 대사 활성화 중간 점검 Point
이틀간의 단백질쉐이크 식단을 마친 뒤 3일차 아침, 상태 점검에 나섰다. 인바디로 수치적인 부분과 함께 체감상의 컨디션 변화도 점검했다. 지방 대사를 시작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포착하기 위해서다.
단백질 쉐이크 식단 마무리 Check
- 공복 반응의 변화 (두통 감소, 버틸 만 해 짐)
- 단내/철분냄새 같은 입냄새
- 체지방량 감소 (체지방률 X)
- 초반 1~2일의 급격한 체중 감소가 완만해짐
- 내장지방 단면적 감소
- 수분 밸런스(세포 외 수분비) 안정
모자란 탄수화물을 애써 끌어 쓰느라 생겼던 두통이 사라지거나, 안 쓰던 에너지원인 지방을 태우느라 안 나던 입냄새가 난다면 제대로 대사의 전환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또 탄수화물을 분해, 저장하며 함께 저장됐던 수분이 빠지며 1~2일 간 나타나던 급격한 체중 감소가 완만해지기도 하고, 불안정했던 수분 밸런스가 균형을 찾으며 부기가 빠지기도 한다. 가장 직접적일 수 있는 지표는, 수분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내장지방 단면적의 감소다. 지방대사를 시작했고, 내장지방이 먼저 연소되어 에너지원으로 활용됐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중간 점검 결과
가장 기본이 되는 체중과 골격근량, 체지방량과 함께, 참고가 될 수 있는 추가 지표를 Chat GPT에 입력하고, 현재 상태를 점검했다.
내가 제시한 추가 지표들은 체중 변화의 원인이 되는 요인이 수분에 있는지, 근손실에 있는지, 체지방 감량에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지표들이다.
신장 163cm
체중 58.3kg (-1.7kg)
골격근량 23.8kg (-0.6kg)
체지방량 15.0kg (-0.4kg)
(Inbody770)
제시한 추가 지표들
- Inbody770은 보조 지표로 아래 수치들도 제공한다.
1. 세포내수분 (ICW)
- 근육 세포 안의 수분량
- 지방은 수분함량이 매우 적어, 세포 내 수분의 변화는 주로 근육에서의 수분량 변화를 의미함
- 골격근량 감소와 함께 세포내 수분이 감소했다면, 단순 수분 감소로 근손실 위험은 낮다.
2. 세포외수분 (ECW)
- 조직 및 혈관 외부 수분
- 흔히 ‘붓기’로 표현되는 체내 수분
- 체중 감소와 함께 세포 외 수분이 감소했다면, 수분 밸런스가 안정되며 부기가 빠진 것이다.
3. 세포외수분비 (ECW/TBW)
- 세포외수분이 체내 수분량 중 차지하는 비율
- 붓기 등 수분 균형을 확인할 수 있다.
4. 내장지방단면적 (VAT)
- 장기 주변에 축적된 지방의 양을 나타냄
- 체지방량 대비 내장지방단면적이 높을수록 내장지방형 비만, 낮을수록 피하지방형 비만
- 지방 중 먼저 에너지원으로 쓰이기 때문에, 초반 감량기에는 지방 단면적의 감소가 체지방량 감소와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틀간 체중 감량 중 1.7kg 중 부기 빠짐이 0.7kg, 체지방 감량이 0.4kg, 근육의 수분 감소가 0.4kg, 근손실로 추정되는 건 0.2kg 수준이다. 전체 근육량에 비해 0.2kg 정도는 현재 식단과 운동량을 봤을 때 우려할 수준은 전혀 아니다.
내장지방 단면적의 감소도 보여, 지방 대사로의 전환기에 접어들었다고 확인된다.
거울에서도 부기가 빠진게 보인다. 파묻혔던 턱선과 쇄골의 위치가 조금씩 특정되기 시작했다. 끼던 바지 허리가 조금 덜 끼고 이목구비도 조금 더 선명해진 느낌이다. 매일 얼굴을 보는 남편조차도 ‘얼굴이 조금 작아진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하지만 저탄수 식사를 시작하게 되면 탄수화물을 완전히 배재했기 때문에 생긴 수분 손실로 인한 체중 감량분은 리바운드를 겪을 수 있다. 근육 세포 내 수분량의 회복으로 0.4~0.6kg, 체내 수분 밸런스 조절을 위한 세포외 수분 증가로 0.2~0.3kg는 증가할 수 있다. 그러니 나의 경우 4일차 체중이 59kg 언저리로 증가했어도 놀랄 필요가 없다.
애초에 손실될 근육이 있었어야지
이틀차까지의 결과에서, 근손실의 위험은 크지 않고 지방 대사 활성화가 잘 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근손실 위험이 컸다면 그 핑계로 단백질 고형식을 하루 당겨 시작하려고 했지만, 우려할 정도의 근손실은 아쉽게도 일어나지 않았다. 근손실도 일단 손실될 근육이 있어야 발생하는 법. 나 같은 기름 덩어리 인간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인바디는 거짓말도 핑계도 안 해
컨디션 난조와 근손실을 핑계로 고형식을 하루 당기려던 야심 찬 계획은, 급격한 컨디션 회복과 피도 눈물도 없는 Inbody770님으로 인해 폐기 처리 됐다. 이제 꼼짝없이 하루 더 단백질 쉐이크로 네 끼를 치러야 하는 신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