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차 스위치온, 첫 이벤트 발생

2회차는 그냥 참고만 있지 않는다

by 흔한직장인

스위치 ON

야심 찼던 3일차 스킵 계획은 챗지피티 선생님의 단호함에 무너졌다. 3일차 단백질 쉐이크 식단도 1회차 때와 마찬가지로 끝까지 수행했다. 지금까지 3일간은 꾸준하던 탄수화물의 공급을 완전히 끊어줬기 때문에, 하루하루 드라마틱한 변화가 일어났다.


첫째 날
- 생각보다 괜찮은 컨디션
- 저녁 늦게서야 찾아오는 공복감, 나른함
- 저녁 운동에선 체감상 평소 대비 출력이 60% 수준
진심이다.


둘째 날
- 오전 일찍부터 심한 공복감, 무력감
- 두통과 손발 저림 등 탄수화물 금단증상 발현
- 첫날보다 강한 식욕
- 체중 감량이 급격하게 일어남 (체중의 약 2~4%)
안타깝지만 이것도 진심이다.


셋째 날
- 두통이나 공복감이 거의 해소됨
- 갑자기 정신이 맑고 또렷해진 느낌
- 체중 감량이 멈추거나 완만해짐
(아침 공복 체중 60-> 59.1 -> 58.1 -> 58.0)
대의를 위한 작은 포기도 필요하다.


내가 겪은 이 변화들은 탄수화물을 끊고, 지방 대사의 스위치를 켜면서 생기는 아주 정석적인 반응들이다. 게다가 둘째 날을 마치고 확인한 인바디에서, 내장지방의 뚜렷한 감소가 확인됐다. 몸에서 느껴지는 컨디션 측면에서도, 인바디에서 측정되는 수치적인 면에서도 모두 스위치가 잘 켜졌다고 말해주고 있다.



이벤트 발생

루틴에서 벗어나는 일정을 소화하며, 식단과 생활 리듬의 루틴을 지켜나가는 건 분명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다행히 스위치온은 한 달간 아무 약속도 없을 거라는 전제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약간의 유동성을 허용해 큰 틀을 지키며 유지해 나가는 방법은 있다.


4일차에 맞이한 이벤트는 회사의 가족 초청 단체 야구 관람 행사다. 의무 참석은 아니지만, 가족단위로 다 함께 야구장 문화를 즐겨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참석을 신청했다. 다만 신청할 때는 스위치온을 할거라는 생각이 없었을 뿐이다.


이벤트를 맞이해 준비 태세를 갖춘다. 야구 관람은 저녁 6시 반. 오늘부터 점심 저탄수 고형식이 가능하지만, 저탄수 식사는 저녁으로 미루고 점심은 단백질 쉐이크로 더 버티기로 했다. 내가 가게 될 NC파크의 시설 안내와, 먹거리 안내 블로그를 샅샅이 뒤진다. 그리고 허용 식품의 경계선을 타고 있는 식품을 찾아낸다.



고기의 은혜

허용 식품에 고기와 회가 포함되고, 끼니때 식사는 양 제한 없이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건 은혜롭기까지 하다. 괴로웠던 3일 과정을 마치고 나면 이 은혜를 누릴 수 있다.

오늘 내 레이더에 포착된 음식은 닭꼬치다. 스위치온에서 정한 기준보다 양념이 과할 수는 있지만, 파와 닭고기를 메인 재료로 했기 때문에, 루틴을 벗어나는 일탈 음식으로서 극악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고형식 첫 끼니라는 감동에, 야구 직관이라는 이벤트까지 더해져 닭꼬치 맛은 감동 그 이상이었다. 양념에 포함된 당이나 염분 같은 건 이미 내 걱정거리 밖이었다. 그 순간만큼은 치킨, 피자, 칠리새우, 생맥주를 먹는 사람들이 부럽지 않았고, 나도 그들 중 하나일 수 있었다.


현실 복귀

돌아오는 차 안에서부터 다시 혼자만의 싸움은 시작됐다. 아이들이 먹다 남긴 음료수나 과자를 먹어서는 안 되고, 심지어는 아까는 신나게 먹었던 닭꼬치도 먹으면 안 되는 시간이 됐다. 잘 먹고 난 뒤라 그런지, 조금 더 헛헛한 기분이다. 기름진 야식은커녕 과일 몇 조각조차 먹지 못하는 허기진 저녁이 익숙해 지기엔 3,4일은 충분한 시간이 아니었나 보다.




4일차 마무리

4일차 마무리 Check

- 첫 고형식은 저녁으로 변경, 파닭꼬치 4개
- 아침 공복 체중 : 58.0 (-2.0kg, 전날 동일)
- 소변 검사 : 케톤체 +~++


4일차를 마친 다음 날 아침, 다시 공복 체중을 체크한다. 58.0kg. 전날 아침과 달라지지 않은 수치다. 하루 종일 단백질 쉐이크와 닭꼬치 밖에 먹은 게 없는데 안 빠졌다는 불만이 들 법도 하다. 하지만 이제 고형식을 먹으며 빠졌던 수분이 돌아올 시기이기에, 잘 먹고 이 정도면 선방이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추가적으로, 이 날은 아침 첫 소변으로 소변 검사도 해봤다. 이번 소변 검사의 목적은 케톤체 검출 여부 확인이다. 케톤체는 지방을 연소시키고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로, 지방 대사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지표이다. 지방 대사 전환기에는 소변 검사로도 확인 가능하고, 지속적으로 지방 대사가 활성화되면 소변보다는 주로 혈액에서 확인된다. 때문에 고단백, 저탄수 식단을 3~7일 정도 유지한 후 검사하면 가장 잘 검출된다. 물론 식단을 ‘잘’ 유지하고, 지방대사로의 전환이 ‘잘‘ 이루어졌을 때 잘 검출된다.


오늘의 케톤체 검출은 +와 ++사이. 이제 막 4일차를 마치고 지방대사의 활성화가 막 시작된 시기인걸 고려하면, 잘 매칭되는 정도로 보인다. 아마도 하루나 이틀 정도 뒤 검사해 보면 완전한 ++ 수준으로 검출될 거다. 지금의 케톤체 검출 정도라면, 정말 성공적으로 스위치온을 잘 수행 중이라고 판단할만하다.

이제 주말이 다가온다. 아무 생각 없이 식단을 루틴에 녹여내면 되는 평일과는 또 다른 국면이다.

keyword
이전 05화위기의 스위치온 2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