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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bin 이선종 Oct 31. 2019

도모를 잘 부탁해

로빈을 잘 부탁해

2019년 10월 29일, 며칠을 생각하고, 또 생각했던 '도모를 잘 부탁해' 스피치 원고를 썼다. 원고를 보고 읽는 게 더 떨리는 일이지만 이 날은 안 쓰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똑바로 전할 자신이 없었다.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한다


 

왼손고백 캘리그래피 조달환

+ 왼손 고백 

어떤 회사에 대표라는 것, 그것도 내가 사랑하는 도모브로더에 대표가 된다는 건 미치도록 영광스럽지만, 도망치고 싶은 날이기도 합니다. 제 맘과 다르게 2019년 10월 29일이라는 날짜는 와 버렸네요

누군가 무슨 일을 하냐고 물어보면 메일 쓰고, PPT를 만든다고 대답했던 기억이 납니다

많은 커뮤니케이터가 그렇듯 저도 기획하고, 문서로 정리하는 일이 익숙합니다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이제 제가 해 보지 않았던 일을 도전합니다. 글씨도 못쓰고, 가독성도 떨어지지만 진심을 담아 손으로 이번 자료를 준비하고 싶었습니다


+ 생존

이곳에 오신 도모얀과 인컴 기획의 선배님들께 아직 하루도 경험하지 않은 제가 포부를 말씀 드릴 능력이 없습니다. 좋은 말을 훔쳐 오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도모가 가지고 있는 전문가다움을 지키면서, 다양성의 문화를 지키며 생존하겠다는 것이 제 각오입니다


+ 도모는 약하지 않습니다

생존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은 것은 지금 도모는 한 명으로 좌지우지될 조직이 아닙니다

"일정 못 맞추면 다 같이 죽자"라고 써 붙이고, 동료들에게 부스터 역할을 하는 스텔라도 있고, 관심 없는 척하지만 도모얀들의 미래에 진심으로 걱정하는 친데레 스타일 에반도 있고, 큰 그림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획자 사이에서 세상 꼼꼼하게 읽고, 리뷰하는 앰버도 있고, 좋은지, 싫은지 표현은 안 하지만 무슨 일 있으면 두 손 들고 함께 하는 자스민도 있고, 종종 도모에 쓴소리도 하지만, 부탁하면 가장 세심하게 표현해주는 레인도 있고, "인생을 걸고 도모에서 일한다"라고 1초 안에 말할 수 있는 제이스도 함께 있습니다


더불어 필요한 타이밍을 스스로 알고, 조언해주시는 휴우, 제임스, 이안이라는 훌륭한 멘토 분들도 있습니다

영 회장님이나 그레이스 사장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와주고 계십니다

마지막으로 한 분 한 분 이름은 불러 드리지 못했지만, 매일 더 나은 나를 위해 노력하는 도모얀들도 있습니다


+ 계획이 없는 것이 계획이고, 목표가 없는 것이 목표다

보통 계획을 하면 계획대로 되는 법이 거의 없었습니다. 세울 때는 좋은데 지키지 못하는 제 모습을 보면서 계획이 인생을 재미없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먼 미래가 아니라 일주일, 아니 오늘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오늘 가장 필요한 문제가 찾고, 그걸 해결하는 일이 제가 도모에 필요한 이유가 되었으면 합니다


+ 당신의 선택은 옳았습니다

지금의 도모얀, 과거의 도모얀이 오늘 여기 모여있습니다. 보통 회사와 직원 사이엔 보기 힘든, 인컴만이 가진 명장면입니다. 앞으로 서로의 자리가 어떻게 변할진 모르겠지만, 지금 도모얀에게는 “지금 최고의 선택을 하고 있다”라는 걸 느끼게 해 주고 싶습니다. 저는 도모가 저로 살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나라가 3권 분리 체제를 유지하는데, 제가 느끼는 도모는 30권 분리 체제, 지방자치제로 살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지키면서, 같이 살아주세요


+ 중간고사를 잘 보면 기말고사를 못 본다

한쪽이 올라가면 다른 한쪽이 떨어진다. '평균 회귀 법칙'이라고 합니다. 평생을 결혼식 말고는 제가 이렇게 주목받는 일이 없었는데, 평생 운을 오늘 올인했나 봅니다. 이 법칙에 따르면 다음 스포트라이트는 제가 아닐 것입니다


+ 도모에서 "도"담당

앞으로 도를 담당하면서 해 보지 않는 일은 먼저 해 보고, 시행착오도 미리 겪어서 도모얀들이 빛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긴 내용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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