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의 저항

by 지구별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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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스톨 원도심에서 만난 그라피티 디자인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중에 강하게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THINK LOCAL BOYCOTT TESCO. 93% of Local People Say No to Tesco.>라고 적힌 그라피트였다. 우리말로는 <지역을 생각하자. 테스코 보이콧하자. 주민의 93%가 테스코 입점을 반대하잖아> 이런 뜻이다.

짧은 문구에서 강한 메시지가 보인다. 로컬을 강조하는 점과 로컬을 위해 초국적 자본이자 신자유주의 자본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거대 대형마트의 지역 입점을 반대한다는 서명이다. 도시가 발달하면서 계획된 도시가 만들어지고 그 과정에서 반듯한 도시의 동선은 자동차 중심의 도시구조를 만드는 것이 세계적인 경향이다. 그 과정에서 도시는 넓은 도로, 꽉 찬 자동차, 높은 빌딩 방식의 도시 구조가 만들어지면서 초국적 자본을 앞세운 초대형마트가 입점하게 된다. 초대형마트의 입점의 결과는 뻔하다. 골목상권은 사라지고 고작해야 최저임금 수준의 노동자만 양산할 뿐 그동안 지역에서 지영업이나 소상공업을 하면서 수 십 년 동안 살아온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 초국적 자본을 앞세운 초대형 마트로 인하여 그동안 지역에서 오랫동안 삶터를 이루며 살았던 그들의 붕괴는 어찌할 것인가라는 것이 전 지구적인 문제인데, 브리스톨 시민들은 이러한 현상에 반기를 드는 행동을 그라피트로 보여주었다. 이 그라피티를 보는 순간 브리스톨이 유럽에서 손꼽는 영국 최고의 환경도시이자 브리스톨 파운드라는 로컬 머니가 가장 잘 작동되는 것이라는 것이 그냥 하루아침에 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Think, Local.

우리나라는 여기저기에서 로컬을 이야기하는데 정말 로컬이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알까. 그 의미와 뜻에 대항 깊이 있는 이해도 없이 로컬을 사용하는 것 같아 늘 씁쓸했는데 브리스톨에서 로컬을 제대로 이야기하는 글을 만나는 반가우면서도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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