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_잡학스런 공동체이야기
10_잡학스런 공동체이야기
로도예 포밀리에(Rodovoye Pomestye) 네트워크
가족이 가꾸는 작은 낙원
‘로도예 포밀리에(Rodovoye Pomestye)’는 직역하면 “가문의 정원”이라는 뜻이다. 이는 단순한 정원이 아니라, 한 가족이 대를 이어 돌보며 살아가는 영속적 삶의 터전을 의미한다. 블라지미르 메그레는 아나스타시아의 목소리를 통해 이 개념을 세상에 전했고, 그것은 곧 새로운 공동체 운동의 씨앗이 되었다.
로도예 포밀리에의 기본 단위는 약 1헥타르, 즉 3,000평 남짓한 땅이다. 이 땅 위에서 가족은 숲을 심고, 과수원을 일구고, 작은 연못과 집을 세운다. 경계에는 참나무와 가문비나무 같은 전통 수종을 혼합해 숲을 조성하여 바람을 막고, 새와 동물이 살 수 있는 서식지를 제공한다. 중앙에는 빗물과 지하수를 모으는 연못이 있어 물의 순환을 유지한다. 집은 흙과 목재, 짚과 같은 자연 소재로 지어져, 사람과 자연이 서로 부담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함께 숨 쉰다. 이렇게 구성된 한 도메인은 단순한 자급 농가가 아니라, 자연과 인간의 영혼이 만나는 생활 공간이다.
2000년대 초, 아나스타시아 시리즈가 러시아 전역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자 이 비전은 곧 현실로 확산되었다. 농촌과 도시의 경계가 무너지고, 많은 이들이 숲과 들판 속으로 들어가 자신만의 로도예 포밀리에를 만들기 시작했다. 크고 화려한 마을이 아니라, 숲 속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작은 보금자리들. 각 도메인은 독립적이지만, 동시에 느슨하게 연결되어 하나의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이는 거대한 도시나 국가가 아닌, 작고 흩어진 삶의 터전들이 엮여 만든 새로운 공동체적 풍경이었다.
이곳에서의 삶은 농업 생산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가족은 함께 땅을 돌보고, 아이들은 숲을 교실 삼아 자란다. 교육은 자연의 리듬 속에서 이루어지며, 예술과 축제는 계절의 흐름에 맞추어 펼쳐진다. 남는 수확물은 이웃과 나누거나 교환하며, 공동체는 화폐가 아닌 신뢰와 나눔 위에서 유지된다. 그 속에서 사람들은 물질적 풍요를 넘어, 정신적 충만함과 영적 유대를 삶의 중심으로 삼는다.
오늘날 로도예 포밀리에는 러시아 전역에 수백, 수천 개의 작은 정착지로 자리 잡았다. 또한 이 비전은 국경을 넘어 독일, 이탈리아, 일본, 북미 등지로 확산되어, 각 나라의 문화와 조건에 맞게 변주된 생태공동체를 낳았다. 한국에서도 귀농 운동이나 생태마을 운동 속에서 비슷한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로도예 포밀리에는 인간이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근원적인 방식을 되찾자는 제안이자, 가족·조상·후손을 연결하는 우주적 계약의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숲 속에 흩어져 있는 그 작은 보금자리들은, 현대 문명이 잃어버린 ‘삶의 낙원’을 다시 불러오는 씨앗들인 것이다.
러시아 전역에 뿌리내린 삶의 터전
오늘날 러시아 곳곳, 특히 칼루가, 벨고로드, 노브고로드와 같은 지역에는 이미 수백 개의 가족정원이 자리 잡았다. 이 가족정원은 보통 1∼2헥타르 규모로, 각 가족이 숲과 과수원, 텃밭, 연못, 집을 하나의 유기적인 단위로 조성한다. 작은 정원 하나가 하나의 우주처럼 기능하며, 그 안에서 아이들이 태어나고 자라고, 나무가 뿌리를 내려 세대를 이어간다.
이러한 도메인들이 모이면 작은 마을이 형성된다. 마을의 모습은 도시처럼 밀집된 형태가 아니라, 숲과 들판 사이사이에 점점이 흩어진 집들과 정원이 모여 만들어낸 풍경이다. 각 도메인은 독립적으로 자급을 이루지만, 서로의 수확물을 나누고 공동 작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협력의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경제적·사회적 중심이 아니라, 삶의 철학을 공유하는 느슨한 연대가 이들을 하나로 묶는다.
이 네트워크는 단순히 물리적 공간을 넘어 공통의 가치와 신념으로 이어져 있다. 그 신념은 ‘자연과 하나 되어 살며, 후손에게 물려줄 터전을 지킨다’는 것이다. 그래서 비록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살고 있어도, 서로를 같은 운동의 동지로 여기며 정기적인 모임과 축제에서 만나 교류한다. 여름이면 러시아 곳곳에서 열리는 “아나스타시아 축제”에서 각지의 가족정원 주민들이 모여 경험을 나누고, 씨앗을 교환하며, 음악과 춤으로 하나가 된다.
로도예 포밀리에는 특정 계급이나 지역에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한다. 도시에서 직장을 그만두고 들어온 젊은 가족, 은퇴 후 새로운 삶을 찾은 노년층, 아이들에게 자연 속 교육을 제공하려는 부모들까지, 각자의 동기와 배경은 달라도 철학과 꿈은 같다.
결국 러시아 전역에 퍼져 있는 이 가족정원들은 개별적으로 보면 작은 점들일 뿐이지만, 그 점들이 서로 이어져 하나의 거대한 별자리처럼 빛난다. 숲 속에 흩어진 작은 보금자리들이 모여, 현대 문명에 대한 대안적 길을 비추는 네트워크로 자리 잡은 것이다.
생활자연과 협력하는 삶
로도예 포밀리에에서 농업은 단순히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일이 아니다. 농약이나 화학비료는 전혀 쓰지 않고, 땅의 자정 능력과 계절의 리듬을 존중한다. 가족들은 직접 씨앗을 채종하여 보관하고, 아나스타시아가 전한 방식대로 씨앗을 입에 넣어 자신의 정보를 전하는 의식을 지키기도 한다. 이를 통해 씨앗이 주인의 몸과 영혼에 필요한 영양과 치유를 담아낸다고 믿는다. 잡초는 뽑아내기보다 토양을 보호하는 덮개로 활용되고, 곤충과 새, 벌은 해충이 아닌 생태계의 협력자로 여겨진다.
나눔과 신뢰의 순환
경제적 삶은 현금 의존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잉여 생산물은 장터에 내다 팔기도 하지만, 더 자주 활용되는 방식은 이웃 간의 교환이다. 꿀과 사과를 가져온 가족은 다른 가족의 감자와 곡물로 교환하며, 이러한 거래는 화폐 중심이 아닌 신뢰와 관계 중심의 경제를 만들어 낸다. 이는 단순히 물품의 교환이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들 사이의 유대를 더욱 단단하게 하는 과정이다.
새로운 대안의 모색
일부 로도예 포밀리에에서는 보다 체계적인 대안을 실험한다. 지역화폐를 만들어 공동체 내부에서만 통용되도록 하거나, 공동체 은행을 세워 가족들이 모은 기금을 서로에게 무이자 혹은 저리로 대출하는 방식이다. 이 제도는 단순히 금융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들 사이의 책임과 신뢰를 제도화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이처럼 로도예 포밀리에는 농업과 경제 전반에 걸쳐 다양한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이곳의 삶은 이윤이나 성장이 아닌, 자급·나눔·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그래서 로도예 포밀리에는 단순한 생활터전이 아니라, 새로운 문명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살아 있는 실험장이라 할 수 있다.
로도예 포밀리에, 숲 속에 심은 문명의 씨앗
로도예 포밀리에 네트워크는 블라지미르 메그레의 ≪아나스타시아≫가 던진 철학적 메시지가 러시아 전역에서 생활의 형태로 뿌리내린 증거이다. 1∼2헥타르 규모의 가족정원은 단순한 자급 농업의 공간을 넘어, 가족과 자연, 그리고 우주를 하나로 잇는 영속적 삶의 터전으로 자리 잡았다.
이 네트워크의 의의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생태문명 전환의 생활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무농약 자연농법과 자급·순환경제, 지역화폐와 공동체 금융 실험은 현대 산업문명이 놓치고 있는 대안적 길을 보여준다.
둘째, 영적·문화적 회복을 가능케 한다는 점이다. 정원은 단순한 땅이 아니라 조상과 후손, 인간과 우주를 연결하는 성스러운 공간으로 이해된다. 또한 삶과 예술, 축제가 일상 속에 녹아드는 공동체는 문화와 영성이 다시 살아나는 장이 된다.
셋째, 분산적 네트워크의 힘이다. 코브체그처럼 집중된 대규모 공동체가 아니라, 러시아 전역에 흩어진 수백 개의 작은 가족정원이 느슨하게 이어진 구조는 오히려 강한 지속성을 만들어낸다. 각 지역은 서로 다른 조건에 맞게 적응하고 변주하면서도, 같은 철학과 비전으로 하나의 흐름을 형성한다.
물론 경제적 자립의 어려움, 과학적 검증의 부족, 제도적 제약이라는 한계는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로도예 포밀리에는 단순한 실험을 넘어, 현대인이 잃어버린 삶의 본질을 되찾고자 하는 문명적 대안 운동으로 자리매김했다.
결국 로도예 포밀리에 네트워크는 거대한 도시나 산업 시스템이 아니라, 숲 속에 흩어진 작은 보금자리들이 모여 그려낸 별자리 같은 문명이다. 그것은 ‘작지만 영속적인 삶의 씨앗’으로서,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생태·사회적 위기를 넘어설 수 있는 새로운 상상력과 희망을 우리에게 제공한다.
https://youtu.be/ktcrfVBRfdQ?si=AWGMgG1R7yNhdDkY
https://youtu.be/mkmC4e95bX4?si=rVUoNjH4NZKJfx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