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반홀름,
변하지 않는 가치와 진화하는 실천

12_잡학스런 공동체이야기

by 지구별 여행자

12_잡학스런 공동체이야기


스반홀름,

변하지 않는 가치와

진화하는 실천

덴마크 생태공동체의 지속가능한 자치와 삶의 모델



변함없는 철학, 변화하는 공동체

스반홀름 공동체는 2000년대 초, 약 120명의 거주자와 그중 40명가량의 아동으로 이루어진 비교적 큰 생태 공동체였다. 이들은 생태적 삶(ecology), 공동경제(income sharing), 공동생활(communal living), 그리고 자치(self-government)를 핵심 가치로 삼으며, 당시 덴마크 사회의 중앙집권적 체계와는 다른 길을 모색하는 실험적 모델로 주목받았다. 이러한 철학은 단순한 대안적 이상을 넘어, 생활과 생산·소비 전반에서 구체적으로 실천되는 민주적 자치의 형태였다.


2025년 현재 스반홀름은 인구 구조와 운영 방식에서 일정한 변화를 겪었다. 최신 자료와 ≪Ecovillagebook≫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거주자는 성인 약 85명과 아동 약 56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체 인구 규모는 과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아동의 비율이 소폭 증가했고, 장기 거주자와 단기 자원봉사자, 방문객 등 거주 유형이 한층 다양화되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이러한 변화는 공동체가 개방성과 유연성을 강화하며 보다 지속 가능한 사회적 구조를 갖추어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공동체의 근본 철학이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스반홀름은 여전히


“우리의 기반은 생태적 삶, 공동경제, 공동생활, 그리고 자치라는 공통의 이상으로 형성되어 있다(Our basis is formed by common ideals concerning ecology, income sharing, communal living, and self-government).”


라는 문구를 통해 자신들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있다.


즉, 스반홀름은 생태적 전환과 공동체적 삶이라는 초창기 가치와 자치의 원칙을 굳건히 지키면서, 시대 변화에 따라 인구 구조와 운영 방식을 세심하게 조정해 온 공동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스반홀름은 과거와 현재가 조화를 이루며 진화하는 살아 있는 대안 사회 모델(living alternative social model)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경제 ― 공동경제의 지속과 유연한 재정 운영 (Economy)

스반홀름의 경제 운영은 출범 초기부터 공동경제(common economy)를 핵심 구조로 삼아왔다. 2000년대 초의 스반홀름에서는 공동체가 벌어들이는 모든 수입을 하나의 공동 기금(common fund)에 모았다. 이 공동기금은 구성원들의 생활비, 식비, 주거비, 교통비, 의료비와 같은 기본 생활 비용을 충당하는 데 사용되었고, 각 개인은 매달 일정액의 용돈(pocket money)을 지급받아 개인적 필요를 충족할 수 있었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스반홀름은 시장 논리에 얽매이지 않고도 유기농 농업과 같은 실험적 프로젝트를 장기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으며, 경제적 평등과 안정성을 바탕으로 대안적 생활 방식을 실현해 왔다.


지금의 스반홀름의 공동경제는 기본 원칙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공식 홈페이지와 최근 연구 자료에 따르면, 여전히 모든 수입은 공동 기금으로 모아 공동체 운영의 근간이 되고 있다. 그러나 과거와 비교하면 소득 분배 방식에 유연성이 더해진 점이 두드러진다. 예컨대 일부 구성원은 수입의 일정 비율을 공동 기금에 납입하고 나머지를 개인이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 받고 있으며, 외부에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공동체의 경제에 기여하는 방식도 부분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이는 공동체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개인의 삶과 선택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재정 운영이 다층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새로운 거주자를 맞이할 때에는 재정적·심리적 준비 상태를 더욱 엄격히 검토하는 기준이 강조되고 있다. 공동체 생활이 단순히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한 피난처가 아니라, 스스로 책임을 지고 공동체의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성숙한 선택이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스반홀름의 경제 체계는 공동체적 평등과 지속 가능성을 지키면서도, 개인의 자율성과 다양한 생활 방식이 공존할 수 있도록 진화하고 있다. 과거의 공동기금 모델을 현대적으로 확장해 생태적 실험과 개인의 자유를 동시에 담아내는 유연한 재정 운영 체계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 현재 스반홀름 경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의사결정 과정 ― 합의제 민주주의의 지속과 정교한 운영 (Decision Processes)

스반홀름 공동체의 운영을 지탱해 온 중심 원리는 합의(consensus)를 기반으로 한 민주적 의사결정이었다. 2000년대 초 스반홀름에서는 주간 공동회의(weekly communal meeting)가 최고의 의결 기구로 기능했으며, 모든 주요 안건은 이 회의를 통해 논의되고 결정되었다. 공동체의 하위 그룹(sub-groups)은 사전에 안건을 검토하고 자료를 준비해 회의에 올렸고, 이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이 충분히 토론되었다. 단순한 다수결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의 동의를 얻는 합의제를 통해 결정이 내려졌으며, 이 방식은 갈등을 최소화하고 공동체의 결속을 강화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


2025년 현재에도 스반홀름의 합의 중심의 자치 구조는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공식 홈페이지와 ≪Ecovillagebook≫등 최근 자료에 따르면, 공동체는 여전히 주간 공동회의를 중심으로 의제를 심의하며, 하위 그룹이 구체적 안건을 준비하고 토론하는 체계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합의제의 정신 역시 변함없이 존중되고 있으며, 모든 결정은 여전히 구성원 모두가 동의할 때에만 확정되는 원칙을 따른다.


다만, 공동체의 규모와 활동 영역이 확대되면서 하위 그룹의 구성과 역할은 한층 세분화되고 정교화되었다. 예를 들어 경제·투자·교육·보건·에너지 관리 등 분야별 그룹은 보다 전문적으로 운영되며, 실질적 논의와 조율을 이끌어 가는 중추적 역할을 강화하였다. 그 결과, 결정 과정은 과거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진화하였지만, 그 핵심은 여전히 모든 구성원의 참여와 합의를 중시하는 민주적 원리에 두고 있다.


이처럼 스반홀름의 의사결정 방식은 시간의 흐름과 환경의 변화에도 흔들림 없이 합의제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공동체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동시에 복잡해진 공동체의 요구에 맞추어 소그룹의 기능을 고도화하고 역할을 재조정함으로써, 더 깊이 있는 토론과 책임 있는 결정을 가능하게 하는 정교함을 발전시켜 왔다. 즉, 스반홀름의 의사결정 과정은 과거의 민주적 이상을 견고히 지키면서도 변화하는 현실 속에서 유연하게 진화한 모범적 자치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생산 및 서비스 그룹 ― 자급적 생태경제의 지속과 에너지 자립 강화

스반홀름 공동체의 일상과 경제를 떠받쳐 온 핵심은 생산과 서비스 그룹의 유기적 협력이었다. 2000년대 초의 스반홀름은 농업, 젖소 목장, 과일·베리 재배, 채소 포장 및 분류, 목공 공장, 산림 관리 등 다양한 생산 부문을 운영하며 생활의 기반을 마련하였다. 이러한 생산 활동은 공동체의 식량과 수입을 책임졌을 뿐 아니라, 유기농 농업과 생태적 자원 순환을 실현하는 핵심 무대가 되었다.


이와 함께 주방, 건물 유지·보수, 회계, 교육, 보육 등으로 구성된 서비스 그룹이 생활 전반을 지원하였다. 주방 그룹은 공동체 식사와 빵 굽기, 생활 필수품 구매를 맡았고, 건물 관리 그룹은 주택과 도로·배수 시설을 유지했으며, 회계 그룹은 재정을 관리했다. 교육과 보육 그룹은 어린이들의 성장과 학습을 책임졌다. 생산과 서비스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이 이중 구조 덕분에 스반홀름은 안정적인 생활과 자치 경제를 지속할 수 있었다.

지금도 스반홀름의 생산·서비스 체계는 큰 틀에서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Ecovillagebook≫과 <Sustaining Svanholm> 논문은 여전히 농업이 공동체 경제의 중심임을 강조하며, 전체 988에이커(약 400헥타르) 부지 중 절반 가까이가 유기농 경작지로 활용되고 있음을 전한다. 과거부터 이어온 젖소 목장, 과수원, 채소 포장·분류, 목재 작업장, 산림 관리 등은 지금도 공동체의 생태경제를 떠받치는 주요 축이다.


주목할 만한 변화는 에너지 자립 능력의 비약적 강화이다. 스반홀름은 현재 풍력 발전기 2기(wind turbines)를 운영하여 전력의 상당 부분을 자체 생산하고 있으며, 숲에서 얻은 목재 칩을 활용한 중앙 난방 시스템(wood chip heating system)으로 난방의 대부분을 충당하고 있다. 자체 우물과 하수 처리 시설을 통한 물의 자급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어, 공동체는 식량뿐 아니라 에너지와 물까지 아우르는 포괄적 자급 체계를 구축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스반홀름의 생산 및 서비스 그룹은 유기농 농업과 순환형 자원 관리라는 과거의 이상을 흔들림 없이 이어가면서, 동시에 재생에너지와 지속가능한 인프라를 적극 도입하여 한층 강화된 자급적 생태경제 모델을 구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스반홀름이 단순히 생태적 공동체를 넘어, 미래 지향적이고 회복력 있는 자립 마을(resilient self-sufficient village)로 발전했음을 잘 보여준다.


공동생활 ― 유연한 삶의 방식과 개방적 참여의 확장

스반홀름 공동체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가운데 하나는 사람들이 긴밀히 함께 살면서도 개인의 삶을 존중할 수 있는 유연한 공동생활 구조였다. 2000년대 초 스반홀름에서는 주거 그룹 간 이동, 직무 전환, 장기 여행 및 휴가 제도가 제도적으로 마련되어 있었다. 이러한 장치들은 여러 세대와 다양한 성격의 사람들이 한 공간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갈등을 완화하고, 각 개인이 심리적 안정과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안전판이 되었다. 공동체는 구성원이 한 번의 선택으로 고정된 관계망에 갇히지 않도록, 언제든 새로운 생활 단위와 역할을 찾아갈 수 있는 내부 이동과 자기 재발견의 기회를 제도화해 두었던 것이다.


현재에도 이와 같은 유연한 공동생활의 정신은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으며, 오히려 한층 공식화되고 확장되었다. 스반홀름 공식 홈페이지에 소개된 자원봉사 프로그램(volunteering program)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 프로그램은 주 30시간 정도의 노동을 제공하면 숙식이 보장되는 방식으로, 공동체 생활을 단기적으로 체험하고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고 있다. 이러한 제도는 과거 내부 구성원만이 누릴 수 있었던 이동과 휴식, 역할 전환의 가능성을 외부 참여자에게까지 확장한 결과라 할 수 있다.


현재 스반홀름의 거주 형태 역시 과거보다 더욱 다양하고 개방적으로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 장기 거주자는 물론, 일정 기간 머물며 공동체 생활을 배우고 경험하는 단기 거주자, 혹은 계절별로 돌아가며 일하는 자원봉사자 등 참여의 폭이 넓어지고 형태가 세분화되었다. 이는 공동체가 내부적으로만 유연할 뿐 아니라, 외부 세계와도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새로운 구성원과 문화를 수용할 수 있는 힘을 키워왔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스반홀름의 공동생활은 갈등을 예방하고 개인의 성장과 재충전을 지원하는 초기의 유연성을 유지하면서도, 시대 변화에 맞추어 외부 참여와 개방적 교류를 제도화하는 방향으로 확장되었다. 그 결과 스반홀름은 지금도 자율성과 연대가 공존하는 살아 있는 공동체(living community of autonomy and solidarity)로서, 내부 구성원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에게도 함께 사는 삶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공간이 되고 있다.


휴식과 유연 근무 ― 삶의 재충전과 일·삶 균형을 중시하는 문화

스반홀름 공동체는 초기부터 일과 삶의 조화를 중시하는 독자적 휴식 제도를 갖추고 있었다. 2000년대 초반에는 구성원이 필요할 경우 최대 1년까지 장기 휴가(long leave)를 떠날 수 있었으며, 머물며 쉬는 재택 휴가(home leave)를 통해 일상에서 벗어나 개인적 사색과 창의적 재정비의 시간을 보장받았다. 특히 영유아를 돌보는 부모는 근로시간을 단축(work-hour reduction)해 육아와 공동체 생활을 병행할 수 있었는데, 이는 개인의 삶과 가족의 필요를 공동체 전체가 함께 책임지는 구조를 보여주었다.


지금은 과거와 같은 장기 휴가 제도나 근무 단축 규정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는 않다. 그러나 공동체가 운영하는 단기 자원봉사 프로그램(volunteering program)과 유연한 노동시간을 존중하는 문화를 통해, 실질적으로는 과거의 휴식 제도가 다른 방식으로 계승·확장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자원봉사자는 주 30시간 노동을 조건으로 숙식을 제공받으며 공동체의 생활과 일에 참여하게 되는데, 이는 구성원이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서 재충전과 실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과거의 장기 휴가 제도와 유사한 기능을 한다.


또한 내부 거주자 역시 일정 기간 다른 작업 그룹으로 이동하거나 일의 강도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재정비할 수 있는 여지를 여전히 가지고 있다. 이는 스반홀름이 초기부터 강조해 온 일과 휴식의 균형, 개인적 성장과 공동체 참여의 조화가 단지 문서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의 제도와 생활 속에서 보다 유연하고 개방적인 형태로 살아 숨쉬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스반홀름의 휴식과 근무 제도는 시대와 함께 표현 방식은 달라졌지만, 삶을 재충전하고 자율적으로 일의 강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문화라는 핵심 정신은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스반홀름이 단순히 일을 분담하는 공동체가 아니라 개인의 삶을 존중하며 지속 가능한 생활 방식을 함께 만들어 가는 공동체임을 증명하는 중요한 지점이다.


스반홀름의 아이들 ― 공동체가 함께 키우는 생태적 성장의 공간

스반홀름은 설립 초기부터 아이들이 공동체의 중심에 서는 마을이었다. 2000년대 초의 스반홀름에서는 0∼5세, 5세 이상으로 나누어 공동체가 직접 보육을 담당했으며, 아이들은 유기농 농장과 다양한 작업 현장을 자연스럽게 오가며 어른들과 함께 일상의 리듬을 배워 갔다. 덴마크의 공적 보육 체계와 긴밀히 연계되어 있어, 전문적 돌봄과 교육이 공동체 내부와 외부 공공 시스템을 통해 함께 이루어졌다. 이처럼 스반홀름은 단순히 아이들을 보호하는 수준을 넘어, 마을 전체가 아이들의 학교이자 놀이터가 되는 생태적 학습 환경을 구현해 왔다.


지금도 아이 중심적(ecology-centered) 공동체라는 전통은 여전히 스반홀름의 핵심 정체성이다. Ecovillagebook은 스반홀름을 직접 지칭하며 “아이 중심의 생태마을(children centered ecovillage)”이라고 표현한다. 이는 아이들이 단순히 공동체의 일부가 아니라 공동체의 생활과 가치 형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음을 강조하는 말이다. 아이들은 여전히 넓은 농장과 숲, 마을의 작업 현장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다양한 세대와 교류하고, 자연과 함께 성장하는 과정을 일상으로 경험하고 있다. 자연 그 자체가 놀이이자 배움터이며, 삶의 모든 순간이 교육의 장이 되는 환경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스반홀름 공동체에서는 교육과 돌봄이 공동체의 중심 과제임은 외부 자료와 현지 연구를 통해 일관되게 확인된다. 이는 스반홀름이 시대 변화 속에서도 아이들의 성장과 행복을 공동체의 핵심 가치로 지켜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결국 스반홀름은 아이들이 자연과 사람 사이에서 주체적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전인적 공간으로서, 과거의 보육 전통을 현대적 감각과 연결하며 미래 세대를 키우는 살아 있는 생태 교육 공동체(living ecological learning community)로 발전하고 있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단순히 돌봄을 받는 존재가 아니라, 공동체의 삶을 함께 만들고 이끌어가는 주체적 구성원으로 성장하고 있다.


스반홀름의 ‘실업’ ― 일과 쉼이 공존하는 자율적 노동 문화

스반홀름에서 말하는 ‘실업(unemployment)’은 전통적인 의미와 전혀 다른 개념이었다. 2000년대 초 이 공동체에는 사실상 실업이 존재하지 않았다. 농업, 목공, 채소 포장, 보육, 주방 등 공동체의 생산과 서비스 영역에 항상 필요한 일이 있었기 때문에, 구성원은 누구나 자신의 재능과 흥미, 삶의 단계에 맞는 일자리를 자율적으로 선택해 참여할 수 있었다. 잠시 일을 쉬는 기간이 있더라도 이는 사회적 낙오나 실패가 아닌, 자기 성찰과 재충전을 위한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으로 존중되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실업’은 부정적 낙인이 아니라 자율적 휴식과 전환의 시간으로 받아들여졌다.


지금도 스반홀름의 노동 문화는 이러한 기본 정신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스반홀름 공동체 내부에서 생산·서비스 활동이 여전히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일부 구성원은 외부 사회에서의 일자리와 공동체 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덕분에 구성원들은 여전히 자신의 흥미와 역량에 따라 일과 삶을 조율하며, 필요할 때는 노동의 강도를 줄이거나 다른 분야로 이동할 수 있는 유연성을 누리고 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스반홀름의 노동은 경제적 생존을 위한 수단을 넘어 공동체와 관계를 이어 주는 중요한 사회적 활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일은 곧 함께 사는 삶을 형성하는 공동의 실천이며, 잠시 일을 쉬는 시간은 공동체의 네트워크와 일상적 교류가 지속되는 가운데 내적 성장과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긍정적 과정으로 인식된다.


결국 스반홀름에서 ‘실업’은 부정적 상태가 아닌 자율적 삶의 한 부분이다. 이는 단순히 일자리를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 노동과 휴식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대안적 노동 문화(alternative culture of work and rest)가 일상화된 공동체의 성숙함을 보여준다. 오늘날에도 스반홀름은 일하는 방식과 쉬는 방식을 스스로 선택하며 공동체와 연결될 수 있는 자율적 노동 모델을 실천하는 드문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존중 ― 다양성을 품는 공동체의 핵심 가치

스반홀름 공동체가 오랜 세월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 있었던 바탕에는 서로에 대한 깊은 존중(respect)이 있었다. 2000년대 초의 스반홀름에서는 각자가 지닌 개인의 차이와 고유한 삶의 방식을 소중히 인정하는 태도가 공동체 유지의 근본 원리였다. 생활 습관, 일하는 방식, 가족 구조가 서로 달라도 이를 문제 삼기보다 서로의 경계를 존중하며 함께 사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었다. 구성원들은 상대의 필요와 속도를 받아들이며, 서로의 선택을 감시하거나 비난하지 않는 것을 공동체의 품격으로 여겼다. 이는 다수가 함께 사는 집단에서 흔히 일어나는 갈등을 줄이고, 신뢰와 유대감을 키우는 강력한 힘으로 작용하였다.


이러한 존중의 문화는 지금도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구성원의 일·생활 방식은 과거보다 더욱 다양해졌지만, 공동체는 여전히 개인의 삶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공동체 생활의 중심에 두고 있다. 새로운 거주자와 자원봉사자, 단기 체험자가 늘어났음에도, 차이를 포용하고 상호 신뢰를 구축하는 문화는 흔들림 없이 유지되고 있다.


스반홀름의 존중은 단순한 개인적 예의범절을 넘어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지탱하는 핵심 사회적 자본이다. 서로의 개성과 선택을 존중하는 이 문화는 구성원 간의 갈등을 예방하고, 긴밀한 협력과 민주적 자치를 가능하게 하는 공동체적 토대로 기능한다. 오늘날에도 스반홀름은 다양성이 공존하면서도 공동체가 하나로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생생한 사례로 남아 있다.


자치와 민주주의 ― 스스로 규칙을 만드는 생활 민주주의의 실험

스반홀름 공동체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핵심은 자치(self-government)와 민주주의(democracy)이다. 2000년대 초의 스반홀름에서 사용된 덴마크어 ‘셀프포르발트닝(selvforvaltning)’은 단순히 ‘자치’로 번역하기 어려운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이는 기존 국가나 지방정부의 행정 체계를 넘어,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주관하며 공동의 규칙과 방향을 함께 결정한다는 생활 민주주의의 이상(living democracy)을 담고 있었다. 모든 구성원이 공동회의에 참여해 의견을 내고, 합의제(consensus)를 기반으로 결정이 내려지는 구조는 당시 스반홀름이 실험하던 민주주의의 핵심이었다.


지금도 이 정신은 공동체 운영의 중심 가치로 단단히 유지되고 있다. 스반홀름 공식 홈페이지 첫머리에서


“우리의 기반은 생태적 삶, 공동경제, 공동생활, 그리고 자치라는 공통의 이상으로 형성되어 있다(Our basis is formed by common ideals concerning ecology, income sharing, communal living, and self-government).”


라고 밝히며, 여전히 자치가 공동체의 근본 원리임을 분명히 선언하고 있다.


스반홀름에서는 정당(political parties), 종교(religions), 특정 이념(ideologies)이나 외부 정치 세력(external political powers)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규칙을 만들고 실천하는 민주주의(democracy practiced through self-made rules)는 더욱 정교하고 명확한 형태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구조는 단순한 의사결정 방식을 넘어 삶 자체가 곧 민주주의가 되는 생활 정치의 실험(a living political practice where life itself becomes democracy)으로 볼 수 있다. 모든 구성원이 공동체의 규칙과 미래를 함께 설계하고, 그 결정에 책임을 지는 과정은 정치가 일상과 분리되지 않는 진정한 참여 민주주의의 구현(the realization of a genuine participatory democracy inseparable from everyday life)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세대와 배경이 다른 사람들이 협의와 합의를 통해 함께 살아가는 경험을 통해, 구성원은 타인의 존엄을 존중하며 공동체적 시민으로 성장하는 삶(respecting the dignity of others and growing as communal citizens)을 일상 속에서 배우고 있다.


결과적으로 스반홀름의 자치와 민주주의는 20여 년 전의 실험적 이상을 오늘의 현실로 더욱 공고히 발전시킨 살아 있는 모델(a living model that has solidified the experimental ideals of two decades ago into today’s reality)이다.


이곳에서는 민주주의가 단순히 제도나 절차가 아닌, 함께 살고 결정하며 책임지는 일상의 실천(the everyday practice of living together, deciding together, and taking shared responsibility)으로 체현되고 있으며, 이는 현대 사회가 지향할 수 있는 생활 민주주의(living democracy)의 한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공통 목표 ― 지속되는 핵심 이상과 현대적 환경 실천의 확장

스반홀름 공동체는 설립 초기부터 생태적 삶(ecology), 공동경제(income sharing), 공동생활(communal living), 그리고 자치(self-government)라는 네 가지 이상을 삶의 기본 원리로 삼아왔다. 이 네 가지 핵심 가치는 단순한 표어가 아니라 모든 생활과 결정의 지침이 되는 실천적 행동 기준(practical guiding principles)이었다. 농업과 에너지 생산에서부터 교육, 주거, 의사결정에 이르기까지, 공동체의 일상은 이 이상들을 구체적으로 구현하려는 노력이었다.


지금도 이 네 가지 이상은 조금의 흔들림 없이 유지되고 있다. 스반홀름 공식 홈페이지는 여전히 “우리의 기반은 생태적 삶, 공동경제, 공동생활, 그리고 자치라는 공통의 이상으로 형성되어 있다(Our basis is formed by common ideals concerning ecology, income sharing, communal living, and self-government).”라고 명시하며, 공동체가 출발할 때 세운 가치가 지금도 공동체의 정체성과 실천의 중심에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동시에 스반홀름은 현대 사회가 직면한 새로운 환경 과제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후변화 대응(climate change response), 탄소중립(carbon neutrality), 자원 순환(resource circularity)과 같은 글로벌 환경 의제를 공동체 운영에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재생에너지(wind power, wood chip heating) 확대와 유기농 농업 강화, 에너지 자립률 제고 등 구체적 실천으로 이어가고 있다. 이것은 지난 세월동안 핵심 이상을 단순히 지켜내는 것에서 나아가,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의 세계적 흐름을 내부의 일상과 구조 속으로 통합하는 단계로 진화한 것이다. 결국 스반홀름의 공통 목표는 변함없는 가치와 변화하는 실천이 긴밀히 결합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초기부터 지켜 온 네 가지 이상은 여전히 공동체의 철학적 뿌리이자 생활의 기준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동시에 기후 위기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환경적 실천을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한 열린 비전(open vision for a sustainable future)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스반홀름은 과거의 이상을 현재의 과제와 능동적으로 연결하는 살아 있는 공동체로서,

현대 사회가 나아갈 생태적 전환의 선도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 하나의 길 ― 제도 밖에서 삶을 실험하는 살아 있는 대안

스반홀름 공동체는 태동기부터 기존 자본주의(capitalism)나 공산주의(communism)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제3의 길(third way)을 스스로 찾아 나선 실험장이었다. 단순히 경제 체제를 대체하려는 이념적 시도가 아니라, 절약(frugality)과 재활용(recycling), 그리고 자급(self-sufficiency)을 일상 속에서 구현하면서 국가나 시장의 규범을 넘어서는 새로운 삶의 형태를 직접 만들어 온 것이 특징이었다. 이곳에서의 경제와 생산, 소비와 관계는 모두 기존 제도의 틀을 벗어난 대안적 질서를 실천적으로 탐구하는 과정이었다.


이러한 실험 정신은 2025년 현재에도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스반홀름 공동체는 여전히 자신들을 “또 하나의 길(Yet another path)” 위에 서 있는 공동체로 규정하며, 제도권의 양극단과 거리를 둔 자립적 대안 사회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들은 재생에너지의 적극적 활용(wind power, wood chip heating), 유기농 농업 확대(organic agriculture), 생태적 생산(ecological production), 그리고 공동경제 강화(common economy) 등을 통해 과거의 이상을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식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오늘날 스반홀름은 더 이상 단순한 이상향의 개념에 머물지 않는다. 20여 년의 축적된 경험과 기술 위에 서서,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이 이론이 아니라 실천으로 존재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살아 있는 사례(living example)가 되었다.


이는 외부 세계에 “다른 길도 가능하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며, 기후위기와 사회적 불평등 속에서 대안 사회를 모색하는 이들에게 중요한 영감과 학습의 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스반홀름이 선택한 또 하나의 길은 과거의 선언이 아닌 현재 진행형의 생태적·사회적 실험이며, 제도 밖에서 새로운 삶을 창조하려는 실천적 용기와 장기적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 주는 세계적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변하지 않는 가치와 진화하는 실천이 공존하는 생태공동체, 스반홀름

덴마크의 스반홀름 공동체는 1978년 설립 이래 생태적 삶(ecology), 공동경제(income sharing), 자치(self-government), 공동생활(communal living)이라는 네 가지 핵심 가치를 일상 속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하며 지속가능한 공동체 모델의 대표 사례로 자리매김해 왔다. 초기부터 단순한 생활 공동체가 아닌 미래 사회의 대안적 가능성을 검증하는 실험실로 평가받았고, 유럽은 물론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연구자와 방문객에게 깊은 영감과 학습의 기회를 제공해 왔다.


스반홀름은 오늘날에도 세계가 주목하는 역할 모델로서 그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Ecovillagebook≫과 공식 홈페이지는 스반홀름을 유럽 생태공동체 네트워크의 대표적 사례로 소개하며, 지속가능한 전환을 꿈꾸는 공동체와 연구자들이 찾는 선도적 학습 현장으로 강조한다. 방문과 자원봉사 프로그램은 과거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전문화되어 단순한 견학을 넘어 공동체의 일과 삶을 직접 체험하고 배우는 참여형 교육 공간으로 발전했으며, 지역 주민과의 공동 행사와 국제 교류도 활발히 이루어져 스반홀름은 지식과 실천을 연결하는 허브로 자리 잡았다. 이제 스반홀름은 특정 국가의 실험 공동체를 넘어 지구적 전환의 중요한 학습·실천 거점으로 성장했다.


오랜 시간 스반홀름은 인구 구성, 경제 운영, 에너지 자립도, 외부와의 교류 방식에서 시대 변화에 맞춰 구체적인 변화를 경험했다. 인구는 총 140명 내외로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아동 비율이 다소 증가했고, 장기 거주자뿐 아니라 단기 자원봉사자와 방문객, 계절 거주자 등 다양한 거주 형태가 공존한다. 경제 운영은 여전히 모든 수입을 공동기금에 모으는 공동경제를 유지하면서도 일부 수입을 개인이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유연한 구조로 발전했다. 에너지 체계는 풍력 발전과 목재 칩 난방 등 재생에너지 활용의 확대를 통해 자립도를 크게 높였고, 유기농 농업의 규모와 품질을 지속적으로 유지했다. 또한 방문과 자원봉사 프로그램은 더욱 정비되어 공동체 경험을 널리 공유하고 교육적·문화적 역할을 강화하였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스반홀름의 핵심 가치와 민주적 자치 구조가 여전히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스반홀름 공동체는 지금도 “생태적 삶, 공동경제, 공동생활, 자치”를 공동의 이상으로 천명하듯, 공동체의 철학적 기반과 합의제 민주주의는 과거와 다름없이 생활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스반홀름은 과거의 이상을 단순히 지키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현실의 조건 속에서 끊임없이 갱신해 왔다.


스반홀롬에서-.png 2000년도에 스반홀름을 방문했을 때 풍경. 아무 것도 모르고 덤비던 시절, 그냥 설레는 마음으로 스반홀름에 섯다.




https://youtu.be/A00Rv08zEa0?si=JYE47zpypip-5HNR


https://youtu.be/rziQyUUYt6w?si=Lzug2M3LciQxsWmp

keyword
월,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