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_잡학스런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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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기준 고독사 사망자는 3,924명으로 집계되었으며 이는 전년도인 2023년의 3,661명에 비해 약 7.2% 증가한 수치이다. 인구 규모를 고려한 지표에서도 증가 추세는 분명하게 확인된다. 인구 10만 명당 고독사 사망자 수는 2023년 7.2명에서 2024년 7.7명으로 상승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단기간의 일시적 현상이라기보다 1인 가구의 지속적인 증가와 사회적 관계망의 약화, 지역사회 연결의 붕괴 등 사회적 고립 위험요인이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실제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5년간 고독사 발생 건수는 약 2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고독사가 점진적이면서도 누적적으로 심화되는 사회적 문제임을 보여준다.
연령별 통계를 살펴보면 고독사의 위험이 특정 고령층에만 국한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국가데이터처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3년까지 발생한 고독사 사례 중 약 75%가 40대에서 60대에 집중되어 있다. 특히 50대가 전체의 31.1%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60대 역시 27.9%로 뒤를 잇고 있다. 이는 고독사가 단순히 노년기의 돌봄 공백 문제가 아니라 중장년기의 고용 불안정, 가족 관계의 약화, 그리고 지역사회와의 일상적 접촉이 끊어진 생활 구조와 깊이 맞물려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연령 분포는 고독사를 개인의 선택이나 특수한 사례로 설명하기보다 생애주기 전반과 사회 구조의 변화 속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통계적 현실은 고독을 개인의 심리 상태로만 접근하는 기존의 대응 방식에 한계를 제기하며, 고독이 발생하는 생활 조건과 공간 구조 자체를 재검토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 지점에서 <20분 생활권(20-Minute Neighbourhood)> 개념은 고독사 증가 현상을 이해하고 대응하기 위한 중요한 해석 틀로 등장한다. 20분 생활권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대부분의 일상 활동, 즉 일자리, 소비, 의료, 돌봄, 학습, 여가, 사회적 교류가 거주지로부터 도보, 자전거, 대중교통을 통해 20분 이내에 이루어질 수 있는 지역 구조를 의미한다.
고독사 통계가 보여주듯 중장년층 고독의 핵심 배경에는 장거리 통근, 지역과 분리된 일자리, 기능적으로 분절된 주거 환경, 반복적인 만남이 사라진 일상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조건에서는 1인 가구 여부와 관계없이 사회적 지지망이 약화되고, 위기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하거나 받을 수 있는 관계가 형성되기 어렵다. 20분 생활권은 바로 이러한 단절을 완화하기 위해 일과 생활, 관계가 공간적으로 다시 결합되는 구조를 지향한다.
특히 지역 내 일자리와 생활 밀착형 상업시설, 근린 의료와 돌봄 서비스, 평생학습 공간, 공원과 공동체 정원, 안전한 보행 환경 등 20분 생활권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고독을 사후적으로 관리하는 장치가 아니라 고독이 축적되지 않도록 일상 속에서 관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조건을 형성한다. 이는 고독사를 개별적 위기 사건으로만 다루는 접근과 달리, 고독이 누적되는 시간적·공간적 구조 자체를 전환하려는 예방적 접근이다.
요컨대 고독사 증가 통계는 생활권이 해체된 사회의 결과를 보여주는 지표라면, <20분 생활권>은 그러한 결과를 만들어낸 원인을 되돌려 관계와 일상이 다시 만나는 조건을 회복하려는 구조적 대응 모델이라 할 수 있다. 고독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 환원될 수 없으며, 고독사가 증가하는 사회에서 20분 생활권은 연결이 사라진 일상 구조를 다시 엮어내기 위한 공간적·사회적 재설계의 방향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