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1원과 사회적 가치의 언어

17_작학스런 공동체이야기

by 지구별 여행자

17_잡학스런 공동체이야기



공공의 1원과

사회적 가치의 언어

공모사회에서 공동체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철학적·정책적 성찰




공공의 1원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

오늘날 공공재정은 단순한 예산의 배분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 창출의 언어로 이해되고 있다. 정책 현장에서는 이제 이렇게 묻는다.


“공공의 1원이 얼마나 많은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냈는가?”


이 질문은 행정의 효율성을 넘어 공공의 존재 이유를 되묻는 근본적 물음이다. 그런데 한국의 공모지원사업 현장을 들여다보면, 이 질문의 답은 모호해진다. 같은 공동체가 같은 활동을 이어가도, 그때마다 공공기관의 사업명만 달라진다. 행정적으로는 ‘성과’가 반복되지만, 지역사회는 변화하지 않는다.


결국 공공의 1원은 ‘사업 실적’으로 흩어지고, 공공의 가치로 환원되지 못하는 구조적 딜레마에 빠진다. 공공의 1원과 사회적 가치에 대한 괴리를 ‘공모사업’을 통하여 공동체 중심의 공공성을 재구성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공모사회: 공공의 1원이 행정적 효율성으로 환원되는 구조

공모제도는 본래 시민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지원하기 위한 공공의 실험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공모사업 체계는 ‘공공의 1원’을 행정적 효율성의 언어로 환원시켜버렸다. 즉, 재정의 사용은 가치의 창출이 아니라, 성과의 측정으로 규정된다. 그 내용을 몇 가지 살펴보자.


첫째, 공공의 1원이 만들어내는 ‘성과의 수’

공공기관은 공모사업의 결과를 참여 인원, 행사 횟수, 보도 건수 등 양적 지표로 환산한다. 그 결과, ‘공공의 1원’은 사회적 가치의 내용이 아니라 ‘건수의 합’으로 계산된다. 이는 마치 기업의 회계처럼, 사회적 관계와 신뢰 같은 비가시적 가치를 통계로 대체하는 행정적 언어이다.


둘째, 지속성 없는 분절된 가치

공동체는 매년 새로운 공모에 참여해야 한다. 공공의 1원은 해마다 ‘새로운 사업’으로 포장되어 투입되지만, 실질적으로는 같거나 유사한 활동이 반복된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 가치의 누적이 아니라, 단기성과의 순환만이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공공재정은 지속적 변화보다 일회적 이벤트를 생산하는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


셋째, 행정적 성과의 과잉, 사회적 의미의 결핍

보고서와 실적표는 늘어나지만, 공동체의 역량은 강화되지 않는다. 이는 ‘공공의 1원’이 사회적 가치로 전환되지 못한 채, 행정 시스템 안에서 자가 순환하는 구조임을 의미한다. 공공재정은 사용되었지만, 사회적 신뢰·공동체 회복·시민 자치와 같은 질적 변화지표는 남지 않는다.


사회적 가치의 언어: 수치의 언어에서 관계의 언어로

‘공공의 1원’이 진정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그 가치를 측정 가능한 숫자의 언어에서 관계적 언어로 옮겨야 한다. 그 과정에서 몇가지 고민스러운 지점이 있다.


첫째, 사회적 가치의 왜곡된 언어

현재의 평가체계는 사회적 가치를 ‘결과’로 본다. 그러나 사회적 가치는 결과가 아니라 관계의 과정 속에서 생성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공동체가 주민 간 신뢰를 회복하고, 돌봄의 문화를 확산시키는 것은 즉각적인 수치로 환산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관계의 회복이야말로, 장기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지역의 회복력을 높이는 핵심적 가치이다.


둘째, 관계의 언어로의 전환

공공의 1원은 단기성과를 위해 쓰이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복원하고 공동체를 강화하는 과정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즉, “얼마를 썼는가?”가 아니라 “그 돈이 어떤 관계를 만들어냈는가?”로 질문의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


셋째, 사회적 가치의 공통 언어화

공공기관과 시민사회가 서로 다른 언어(행정 vs. 공동체)를 사용하는 한, 사회적 가치는 늘 오해 속에 존재한다. 따라서 공공의 1원이 만들어내는 효과를 공동의 가치언어(Shared Value Language)로 통합해야 한다. 그 언어는 신뢰, 자치, 협력, 지속성, 자급, 관계망 같은 질적 요소를 포함해야 하며, 이는 단순한 ‘성과지표’가 아니라 공공철학의 문법으로 기능해야 한다.


공모사회의 역설: 사회적 가치의 분절과 중복

공모사회는 ‘공공의 1원’을 효율적으로 쓰려는 제도적 의도에서 출발했지만, 역설적으로 비효율적 구조를 낳고 있다. 동일한 지역, 동일한 활동에 여러 기관이 중복 지원하고, 서로 다른 지표로 성과를 측정한다. 이 결과, 하나의 활동이 A기관의 사업이기도 하고 B기관의 사업이기도 하다. 사회적 가치는 늘 존재하지만, 행정적으로는 ‘각 기관의 성과’로 분리된다. 이것은 공공의 1원이 분절된 사회적 가치로 파편화되는 과정이다. 공공의 재정이 사회적 변화를 창출하지 못하는 이유는, 돈이 적어서가 아니라 의미를 연결할 구조가 없기 때문이다. 공공의 1원은 회계상 쓰였지만, 관계망 안에서는 순환되지 않는다. 따라서 공모사회는 단순한 행정 제도가 아니라, 사회적 가치가 관리되는 방식을 드러내는 거울이다.


그 속에서 우리는 묻는다.


“공공의 1원이 사회를 바꾸었는가, 아니면 보고서를 늘렸는가?”


전환의 제언: 공공의 1원을 ‘사회적 가치의 씨앗’으로

공공의 1원을 ‘사업비’가 아닌 ‘공동체 자본’으로 바라봐야 한다. 이는 재정의 철학적 전환이다.


우선은 ‘사업 단위에서 관계 단위로’로 설정될 필요가 있다. 공공의 1원은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돈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잇는 관계의 매개로 쓰여야 한다. 이를 위해 공모제도는 행정 단위 중심의 지원에서 네트워크 중심의 지원으로 바뀌어야 한다.


두 번째는 ‘단기성과에서 장기학습으로’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사회적 가치는 단기지표가 아니라 학습의 누적으로 만들어진다. 따라서 공공의 1원이 지속적으로 공동체의 역량을 키우는 구조, 즉 ‘프로젝트 지원’이 아니라 ‘프로세스 지원’ 체계로 개편되어야 한다.


세 번째는 ‘행정의 언어에서 시민의 언어로’ 해석되어야 한다. 공공의 1원의 의미를 정책의 문장에서가 아니라 공동체의 이야기에서 찾아야 한다. 공공의 1원이 지역의 관계망 속에서 기억되고, 다음 세대의 공동 실천으로 이어질 때, 그것은 숫자를 넘어선 공공의 서사로 변환된다.


결론: 공공의 1원, 숫자가 아닌 관계의 철학

“공공의 1원이 얼마나 많은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냈는가?”라는 질문은 단순한 예산평가의 문장이 아니라, 공공의 철학을 되묻는 언어이다. 공공의 1원이 진정한 가치를 만들어내려면 그 돈이 만든 것은 보고서의 숫자가 아니라 관계, 신뢰, 자치, 그리고 삶의 지속성이어야 한다. 공공의 1원이 공동체의 언어로 환원될 때, 행정은 회계가 아니라 윤리가 된다. 따라서 오늘의 과제는 분명하다.


공모사회의 숫자를 넘어 공공의 1원을 ‘관계의 철학’으로 되살리는 것이 공공은 다시 공공다워지고, 시민이 다시 시민으로 서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https://youtu.be/dLXEIE6_HEQ?si=bUB5qOlFnRVew23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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