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다른 시작 2

- 존재의 다른 시작-

by 임동현
임동현, 나무, 다른 시작2/캔버스에 복합재료(금속페인트, 먹물,아크릴,2026




내 작업은 오랫동안 삶의 자리에서 밀려나거나 쉽게 지나쳐지는 존재들의 흔적을 바라보는 데서 출발해 왔다. 나는 버려진 사물과 일상의 표면에 남겨진 시간의 흔적을 다시 바라보며, 그 안에 겹겹이 쌓여 있는 보이지 않는 삶의 층위를 드러내는 작업을 지속해 왔다.


「나무, 다른 시작 2」 역시 이러한 사유의 연장선 위에 놓여 있다. 이 작품에서 나무는 자연의 풍경을 재현하는 대상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시간의 층위가 만나는 하나의 표면이다.

좌측의 흰 나무는 바닥 발판을 이용해 화면 위에 반복적인 압력과 마찰을 가하는 방식으로 형성되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거친 흰 표면은 나무껍질을 묘사한 결과라기보다, 신체적 행위가 축적되며 남긴 물질적 흔적이다.

한편 화면의 다른 부분에는 청동과 메탈 페인트를 사용한 뒤 산화 과정을 거치며 나타난 녹청의 색이 자리한다. 이 색은 시간이 물질 위에 남긴 화학적 변화의 흔적이며, 자연의 생명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흐르는 시간의 층위를 드러낸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두 표면은 서로 다른 두 그루의 나무가 아니라 하나의 존재 안에서 공존하는 서로 다른 시간이다. 한쪽은 몸의 행위가 남긴 시간이고, 다른 한쪽은 물질이 스스로 변화하며 만들어낸 시간이다.

나는 이 두 시간의 충돌과 공존을 통해 존재가 하나의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형되고 이동하는 과정임을 드러내고자 한다.


결국 이 나무는 완성된 형상이 아니라 변화의 중간 상태에 놓인 존재이다. 생명은 시간 속에서 다른 물질로 변하고, 그 변화의 자리에서 또 다른 시작이 만들어진다. 「나무, 다른 시작 2」는 바로 그 변화의 순간, 하나의 존재가 다른 상태로 넘어가는 경계의 상황이다.

[꾸미기]-5IMG_5342.jpg 임동현, 용봉산, 종이에 연필,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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