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려 나간 잔가지의 꿈

- 밟힘과 스침이 만들어낸 보이지 않는 이야기의 표면-

by 임동현
임동현, 잘려 나간 잔가지의 꿈. 25*25cm, 종이에 콜라주 판호, 2024

이 작업은 들길에서 주워 온 하나의 잔가지에서 시작되었다. 오랫동안 사람들의 발에 밟히며 길 위에 놓여 있던 그 가지는 이미 나무로써의 자리를 잃은 채, 쓸모를 다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단순히 버려진 것이 아니라, 어떤 시간의 흔적을 온몸으로 지나온 존재라고 느꼈다.


나는 그 잔가지를 나무판 위에 붙이고, 그 주변을 다시 그리고, 판화로 찍어내는 과정을 거쳤다. 이 과정은 하나의 사물을 재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사물이 지나온 시간을 다시 불러내기 위한 시도였다. 화면에 퍼져 있는 수많은 점과 선의 무늬는 장식이 아니라, 잔가지가 겪어온 압력과 마찰, 그리고 반복된 소멸의 흔적이다. 그것은 길 위에서의 시간이며, 밟힘과 스침이 만들어낸 보이지 않는 이야기의 표면이다.


중앙에 남아 있는 가지의 형상은 이미 잘려 나간 이후의 모습이다. 더 이상 자라지 못하는 상태이면서도, 그 형태는 여전히 위로 뻗어나가려는 방향을 유지하고 있다. 나는 그 지점에서 멈춰버린 생장이 아니라, 멈추지 않으려는 어떤 힘을 본다. 그것은 의지라기보다 습성에 가깝고, 생명이라기보다 흔적에 가까운 것이다.


이 작업은 버려진 것에 대한 연민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잘려 나가고, 밟히고, 사라지는 과정 속에서도 완전히 소멸되지 않는 어떤 상태에 주목한다. 잔가지는 더 이상 나무가 아니지만, 동시에 완전히 죽은 것도 아니다. 그것은 여전히 방향을 갖고 있으며, 어떤 가능성의 잔여로 남아 있다.


판화로 찍혀 나온 이미지는 원래의 잔가지와 같지 않다. 그것은 한 번 더 눌리고 번져, 다른 형태로 남겨진다. 나는 이 어긋남 속에서 사물이 다시 존재하는 방식을 본다. 원래의 자리에서 벗어난 것들이 다른 층위에서 이어지는 방식, 그리고 그 미세한 차이 속에서 드러나는 또 다른 생의 형태를 이 작업은 담고 있다.

이것은 잘려 나간 것의 끝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 이후에도 계속되는 어떤 흐름에 대한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