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동기 나무 흔적

시간이 물질로 산화된다는 것

by 임동현


임동현, 청동기 나무 흔적, 캔버스에 복합재료, 2024

청동기 시대에도 나무는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오랫동안 나무가 변하지 않는 존재라고 믿어왔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바람일 뿐이었다.


나무는 늘 같아 보이지만, 눈길이 닿지 않는 내부에서 조금씩 자신을 바꾸며 살아간다.

변화는 미세하지만 멈추지 않으며, 스스로의 생존을 조용히 지속한다.


이 작업은 나무를 그리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지 않았다. 나는 나무의 형태가 아니라, 그 표면에 남겨진 시간의 상태를 드러내고자 했다. 나무껍질은 단순한 외피가 아니라, 바람과 습기, 빛과 마찰이 반복되며 축적된 시간의 층이다. 나는 그것을 이미지로 재현하기보다, 물질의 반응을 통해 다시 생성하고자 했다..


흑백으로 구성된 캔버스의 표면에 코퍼 페인트와 메탈 페인트를 올리고, 표면을 쌓아가며 시간을 축적한다. 이 과정에서 색은 칠해지는 것이 아니라 반응하며 드러난다. 청록과 갈색의 흔적은 의도된 결과라기보다 물질이 스스로 만들어낸 변화에 가깝다. 균열과 들뜸, 부풀어 오른 표면은 형상이 아니라 시간이 남긴 압력이다.


이 작업에서 나무는 더 이상 하나의 대상이 아니다. 그것은 지나간 자리이자, 여전히 남아 있는 시간의 형태이다. 나는 나무를 그리는 대신, 나무가 겪어온 시간을 표면 위에 머물게 하고자 했다. 그 결과 화면은 이미지라기보다 하나의 지층처럼 형성된다.


이 작업은 사물이 지나온 시간을 물질로 번역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표면 위에서, 사라진 것들은 완전히 없어지지 않고 다른 형태로 남아 있음을 드러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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