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 가꾸는 사람입니다

아름다운 동행

by 꼼지 나숙자

병원 다녀오는 길에 우리 부부는 보신하자며 이름이 잘 알려진 흑염소 집으로 갔다.

손가락 두 개를 치켜들고 '두 명'하면서 들어섰는데 식당 홀에는 이미 자리 잡고 식사하는 분들이 여럿이었다. 점심시간 치고는 이른 시간인데 우리처럼 다들 허기진 모양이다.

적당한 자리에 앉으라는 신호를 받고, 찬바람이 덜한 곳을 찾아가 앉고 보니 바로 옆 테이블에는 연세든 할머니와 중년의 남자가 마주 보고 식사를 하고 있었다.

둘은 우리 부부처럼 별 대화 없이 식사를 끝내고는 동시에 일어나면서 할머니가 아들을 향해 가만히 "나 화장실 좀 다녀 오마" 하자 남자가 안내하듯이 "이쪽이에요 어머니" 하고는 어머니가 일 보고 나올 때까지 한참을 기다리고 있었다.

느린 걸음이어도 괜찮다는 아들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 인지 그야말로 한참 만에 나오셨다.

엄마를 기다리고 서있던 중년의 아들은 엄마가 나오자 옆으로 다가서서 한 팔을 엄마 등허리 뒤쪽으로 감싸고 걸어간다. 노모와 중년의 아들, 둘의 뒷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도파민의 힘으로 사랑이 뚝뚝 떨어지는 젊은 연인들의 밀착형 동행보다 그분들에게서 훨씬 깊이 있고 진득한 사랑이 느껴지는 건 내가 그만큼 나이 들었다는 이야기인가?


내 시선을 의심하고 있을 때 아주 오래전 일이 떠올랐다.

남편이 막내딸을 아이 업는 등산배낭에 앉히고, 한 손으로는 큰딸 손을 잡고 관악산을 등산할 때니까 내 나이 아마 서른 살쯤 되었을 때의 일이지 싶다.

드문드문 걷고 있는 등산객 사이에서 할머니와 느린 걸음의 할아버지가 다정하게 손을 잡고 산길을 걷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때 내가 "여보, 나도 저렇게 나이 들고 싶다." 하자 남편도 "그래. 참 멋있는 분들이네. 보기 좋다 그렇지?" 한다.

그 젊은 나이에도 아름답게 늙어가는 노부부에게 시선이 멈춘 걸 보면, 할머니와 중년 아들의 아름다운 동행 역시 내가 나이 들어 편파적으로 보는 눈은 아닌 것 같다.


식사 끝나고 밖으로 나오면서 남편에게 물었다.

당신, 아까 우리 옆자리에 앉아서 말없이 식사하셨던 두 분 나가는 모습 봤어?

"응. 어깨내주는 모습이 참 좋아 보이더라."

"그렇지. 아름다웠지."

"우린 그와 같은 듬직한 아들이 없으니까 우리 둘이라도 사이좋은 모습으로 늙어가자"하면서 슬그머니 내 손을 잡아주는 내 남편의 손이 그날따라 참 따뜻했다.


나이 들수록 사랑은 말이 아니라 몸짓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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