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살 정원
올해는 좀 여유로울 줄 알았는데, 또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꽃밭에 잔디의 침입을 막으려고 통나무로 경계선을 만들어두었는데, 세월 속에서 하나둘 썩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버려진 돌무더기를 발견했다.
그걸 그냥 지나칠 리 없는 우리 부부는 며칠에 걸쳐 돌을 실어 나르고, 낡은 통나무를 들어내고는 그 자리에 돌로 꽃담을 쌓고 있다.
갑작스레 시작된 일이라 남편이 연일 과로 중이다.
정원이 저절로 예뻐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돌 몇 개, 나무 몇 그루, 꽃씨 몇 알,
그리고 시도 때도 없이 몸을 굴리며 애쓰는 사람의 정성과 사랑이 스며야만 세월의 옷을 입고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품게 되는 것이다.
타샤 튜더 할머니는 정원이 제 모습을 갖추려면 12년이 걸린다 하셨다.
우리 정원은 이제 겨우 일곱 살, 아직 갈 길이 멀다.
목표를 향해 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이 과정을 즐길 줄 아는 여유가 절실한 때다.
젊은 나이도 아니고, 이제는 삶을 정리해가는 노년 아닌가.
쉬엄쉬엄, 너무 무리하지 말고, 그렇다고 게으르지도 않게—
그런 삶을 살기 위해, 조급하지 않은 자연을 닮아가고자 애쓴다.
돌담은 목재보다 오래갈 것이고, 멋스러움도 통나무보다 한 수 위인 듯해서, 새롭게 단장된 꽃담을 바라보며 우리 부부는 만족스런 웃음을 나눴다.
정원사로 살아온 시간이 쌓이며, 하나둘 정원 관리의 노하우도 늘어가는 것 같다.
노년의 지혜와 더해진다면, 자연의 순리에 가까운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게으르지 않되, 욕심을 부리지 않는 삶—
그 중용의 길이 바로 자연을 닮은 삶이고, 내가 기대하는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