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지켜주는 습관
“새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일어납니다.”
어릴 적 즐겨 부르던 동요의 한 구절처럼, 나는 어릴 때부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있었다.
학창 시절에는 이런 나의 리듬이 친구들과 어긋나 불편하게 느껴질 때도 많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시골에 살고 있는 지금,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만큼 큰 축복도 없다.
동이 트기 전, 새소리를 들어본 적 있는가?
동쪽 하늘을 물들이는 첫 빛의 기운을 온몸으로 느껴본 적 있는가?
새벽빛에 스르르 스러지는 이슬, 그 이슬을 이고 반짝이는 야생초들을 지켜본 적 있는가?
그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는 시골의 이른 아침은,
정말이지 신의 선물이다.
그리고 그 선물을 매일 누릴 수 있는 아침형 인간이라는 사실은, 시골살이와 너무 잘 어울리는 행운이다.
내 또 하나의 습관은, 매일 아침 블로그에 글과 사진을 올리는 일이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한 건 13년 전. 그땐 그냥 어쩌다 몇 줄 끄적이고 사진 한두 장 올리는 정도였다. 그런데 정원을 갖고부터는 매일 한 편씩 글을 올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꽃밭 이야기를 누군가와 나누고 싶고,
순간순간 달라지는 꽃의 표정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이 습관을 만들었다.
다행히 나는 그 일을 좋아하는 쪽이다.
기쁨을 자아내는 꽃밭,
그 속에서 피어나는 소소한 행복을 사진으로 찍고 문장으로 기록하는 일은
그 자체로 하나의 기쁨이다.
내가 의도적으로 들인 습관도 있다. 아침 산책이다.
요즘 같은 여름철엔 아침 7시 30분쯤 집을 나서, 한 시간 넘게 산길을 걷는다.
이 습관의 배경엔 엄마의 기억이 있다.
우리 엄마는 77세 무렵, 시골집 토방을 넘나들다 넘어지신 후 그 길로 다시 일어서지 못하셨다.
10년 넘는 시간을 간병인의 도움으로 숨만 쉬며 지내시다 돌아가셨다.
자식으로서도 짠한 일이었지만, 평소 부지런하고 활동적이던 엄마에게는 ‘걷지 못하는 삶’이 곧 ‘살아있되 삶이 없는 상태’였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엄마처럼 되지 않기 위해
오래전부터 걷기 운동을 습관처럼 이어왔다.
“걸어야 산다!” “골밀도를 지켜야 한다!”
그런 다짐 속에서도 내 골밀도는 유전 탓에 만족스럽진 않지만, 그래도 걷는다.
그것이 나를 건강하게 살아 있게 해주는 힘이니까.
습관 중엔 나쁜 것도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조급증이다.
무슨 일이든 당장, 빨리 해야 직성이 풀리는 이 조바심이 실수를 부르고, 여유를 앗아가고, 정신 건강에도 그리 이롭지 않다.
물론, 조급증 덕에 무슨 일이든 끝을 맺고, 뒤로 미루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넓은 정원을 관리하는 내게는 그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더라도 이제는 푸근하고 느긋한 삶을 살고 싶다.
아침 일찍 일어나 정원을 천천히 산책하는
느린 걸음의 사람이고 싶다.
그래서 내가 요즘 의도적으로 들인 마지막 습관 하나는,
“한 박자 늦추기.”
서두르지 않고, 조바심 내지 않고,
하루를 천천히 맞이하고, 천천히 흘려보내는 연습.
꼭 그렇게 살고 싶다.
그래야 지금 이 나이에, 지금 이곳에서의 삶이
더 따뜻하고 단단하게 느껴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