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사진 합니다

불면의 밤, 공황장애, 우울증 그리고 유치뽕짝 사진일기

by Conan
14X8(14) 제주 오 copy.jpg 제주 절물 숲

광야에 홀로 서있는 기분이었어

외롭다는 말로 표현 안될 만큼의 우울한 감정에 사로잡혔지

어쩌다 마주치는 사람도 딱히 반갑거나 하지 않았어

나흘째 잠을 이루지 못한 그때는 내정신이 아니게 되거든

그럼 또 술을 찾아

그게 반복이고 하루 이틀쯤 못 잘 수 있지 라고 사람들이 말하면 뾰족한 말이 나왔어

"하루 밤이라도 새보고 말해."

14X8(13) 동교동 칠.jpg 홍대 전철역

밤이 좋았고 어둠이 편했어

그러다 문득 마지막 개인전을 언제 했는지 떠올리다 울컥했어

제자들에게 "작가는 말이야~"하며 전시를 강조하던 내 모습이 생각나더라

전시는 '작가의 살아있는 표현' 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돈지랄' 이라고도 하지


대중교통이 힘들더라

언젠가 동생이 귀가 예민한 내게 노이즈켄슬링 헤드셋을 선물했고

눈 가리고 귀 닫고 꽁꽁 싸매고 다니다가

세상을 보지도 않고 어찌 세상을 담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서

눈은 좀 뜨고 다니자고 다짐했어


11X14 (11) 영등포.jpg 영등포 청과물시장

멀리

멀리

멀리

발은 얼어있고 물은 차오르고

어쩌다 잠이 들게 되면 그런 생각들 혹은 환상이 보였어

그래서 더 잠을 피했을 수 있겠다 싶어

11X14 (3) 아현동 이 copy.jpg 아현동 재개발지역

위기탈출 넘버원처럼 짜잔~하고 빠져나오진 못했지만

어떤 사람들은 내가 아직도 위기라고 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만...

여하튼 아직은 살아있고 살아있는 동안은 사진 할 거라서

여전히 사진 한다


항상 밝으란 법 없지. 가끔 비도 오고 천둥도 치고 우박도 내리고 하는 거지 뭐

지금은 '호랑이 장가가는 날' 쯤으로 여기고 있어

글도 사진도 때론 귀찮고 싫어지다가도 이렇게라도 살아있는 표를 내야 직성이 풀리겠는걸 어째

나 여전히 사진 한다


*위 사진은 2015 손전화기 사진전에 전시했던 작품이고 모두 남의 품에 전달된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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