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버리지 않기를...

나에게 쓰는 편자

by 코난의 서재

소연아,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너는 어떤 모습일까? 조금은 더 단단해졌을까? 아니면 여전히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을까? 어떤 모습이어도 괜찮아. 중요한 건, 네가 여기까지 왔다는 거야.

2024년은 참 잔인한 한 해였지. 아빠가 위암 판정을 받았던 지난 5월 이후, 너는 끝도 없는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은 사람처럼 느껴졌을 거야. 수술과 항암 치료라는 험난한 터널을 지나면서, 몸도 마음도 얼마나 지쳤는지 잘 알고 있어. 사랑하는 사람이 아프다는 건 단순히 바라보는 일이 아니라, 그 고통을 함께 짊어지고 가야 하는 일이었으니까.

그 와중에 딸램의 대학 입시가 기대만큼 풀리지 않았고, 중학생 아들은 그럭저럭 잘 지냈지만, “1년 동안 무엇을 한 걸까”라는 아쉬움이 남았을 거야. 아이들을 바라보며 더 나은 길을 열어주고 싶었지만, 네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 앞에서 얼마나 속상했니.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재정난이라는 쓰나미가 몰려왔지. 청구서는 끝없이 쌓이고, 매일매일 경제적 압박이 너를 짓눌렀을 거야. 그 무게가 얼마나 컸는지 매일 밤 잠들기 전 눈물이 먼저 나왔겠지.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길래 이런 일이 생겼을까?” 하고 스스로를 책망하다가도, “이젠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지?”라는 막막함 속에 깊이 빠졌을 거야.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슬픈 건 네가 웃음을 잃었다는 거야. 밝게 웃던 네가 신랑의 응원에도, 아이들의 모습에도, 더는 웃을 수 없었다니. 웃음 대신 무거운 얼굴로 하루하루를 견디는 게 어느새 익숙해졌다는 게 네 마음을 더 아프게 했지.

그런데 소연아, 네가 이 글을 읽고 있다면, 그건 네가 끝까지 버텼다는 증거야.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든, 혼자 힘으로 버텼든, 네가 여기까지 온 건 너의 의지야. 그리고 그 의지가 너를 앞으로도 지켜줄 거야.

소연아, 그런데 이 힘든 시간 속에서도 네가 가장 의지해야 할 사람, 신랑에게조차 자꾸 상처를 주곤 했다는 걸 알고 있지? 마음처럼 되지 않는 말과 행동이 신랑의 얼굴에 깊은 상처를 남긴 걸 알면서도, 네 여유 없는 현실이 그를 더 다정하게 대하지 못하게 했을 거야.

신랑은 늘 너에게 힘을 내보자며 웃어 보였지만, 네 마음은 그걸 받아줄 준비가 되지 않았지. “왜 이렇게밖에 못할까” 스스로를 탓하면서도, 그에게 “미안해”라는 말조차 쉽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소연아, 너 자신을 너무 미워하지는 말자. 네가 힘들어서 그랬다는 걸 신랑도 알고 있을 거야. 그가 지금도 네 곁에 있다는 건, 네가 전하지 못한 고마움과 사랑까지 이해하고 있다는 뜻 아닐까?

2025년의 소연아, 올해는 아빠가 조금 더 건강해지고, 딸램이 새로운 길에서 빛을 발하고, 아들이 자신만의 속도로 성장하기를 진심으로 기도해. 그리고 무엇보다 네가 너를 버리지 않기를 바란다. 네가 힘든 시간 속에서도 잃지 말아야 할 가장 소중한 존재는 바로 너 자신이니까.

소연아, 눈물이 나는 날에는 맘껏 울어도 괜찮아. 하지만 그 눈물 사이사이에 감사할 일을 하나씩 떠올려보자. 오늘 하루 무사히 버텼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고맙고 위대한 거니까. 그리고 신랑에게는 조금 더 다정한 눈빛과 따뜻한 말을 전해주자. “고마워”라는 말 한마디가 네 마음의 무게를 조금 덜어줄지도 몰라.

너는 잘못한 게 없어. 고통은 네가 초대한 손님이 아니야. 그리고 그 고통을 견디며 여기까지 살아온 너는 절대 초라하지 않아.

2025년의 너는 지금보다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웃고 있기를. 네가 다시 웃을 수 있다면, 그 웃음은 네 마음 구석구석을 환하게 비춰줄 거야. 그러니 오늘도 너를 다독이며 조금씩 걸어가 보자.

사랑을 담아,
2024년의 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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