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 다니던 시절,
우리 동네엔 커다란 느티나무가 한 그루 있었습니다.
버스 정류장 근처, 슈퍼와 이발소 사이에 자리 잡은 그 나무는
동네 사람들 누구에게나 익숙하고, 정겨운 존재였어요.
더운 날엔 어르신들이 그늘 아래에서 부채질을 하셨고,
우리는 그 뿌리 둔덕 위에서 놀다가 서로를 밀고 웃고, 넘어지고 울기도 했죠.
해 질 녘이 되면 골목마다 형광등 불이 하나씩 켜졌고,
엄마들은 대문 앞에서 “그만 들어와!” 하고 외쳤어요.
하지만 우리는 좀처럼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어요.
그 느티나무 아래에서 놀고 있는 시간이 너무 좋아서요.
고무줄놀이도, 술래잡기도,
그곳에서라면 무슨 놀이든 신이 났고,
누구와도 금방 친구가 되었던 그 시절.
그러다 시간이 흘러, 나도 바빠지고 동네를 떠나게 되면서
그 나무를 자주 볼 일이 없어졌어요.
그리고 한참 후, 우연히 그곳을 지나던 날.
익숙한 풍경이 사라져 있었어요.
느티나무도, 그늘도, 아이들의 웃음소리도요.
그 자리에 멀끔한 도로가 생겨 있었고,
새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었어요.
그걸 보고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죠.
왜 그렇게 가슴 한쪽이 허전하던지요.
그 나무는 그냥 나무가 아니었던 거예요.
우리의 여름이 머물렀던 자리였고,
아무 걱정 없이 뛰놀던 나의 한때였고,
무엇보다, 함께 웃던 누군가들과의 기억이었어요.
지금도 가끔 그 길을 지날 때면
나는 모르게 그 자리를 바라보곤 해요.
그 나무는 없지만,
그 나무 아래에 있던 나는 아직 마음속 어딘가에 남아 있는 것 같거든요.
그 시절의 나를, 그리고 그 따뜻한 장소 하나쯤,
우리 모두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