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사실, 길을 잘못 든 날이었다.
일본 어느 작은 마을, 렌트한 차를 몰고 다음 목적지를 향해 가는 길.
네비게이션이 알려준 방향은 분명 고속도로였는데, 나는 어느새 외길 산자락을 따라 달리고 있었다.
이 길이 맞나? 창밖을 내다보던 남편이 슬며시 말했다.
“뭔가 잘못 들어온 것 같긴 한데… 한번 가볼까?”
조금 후, 눈앞에 조그마한 간이 주차장이 나타났다.
마을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그곳에서 우리는 차를 세우고, 아무 표시도 없는 흙길을 따라 걸었다.
오솔길은 생각보다 정갈했고, 양옆엔 이름 모를 들풀들이 소곤대듯 흔들리고 있었다.
비 온 뒤라 습기가 감도는 흙내음이 코끝을 간질였고,
햇살은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며 내려와 우리 어깨를 부드럽게 덮었다.
그 길에서 우리는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말을 걸기보다, 풍경을 듣는 시간이었으니까.
나뭇잎 사이를 스치는 바람, 새들의 낮은 울음, 멀리서 들려오는 졸졸 물소리…
서울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고요함이 그 길에는 가득했다.
“계획에 없던 길이, 더 좋을 수도 있네.”
남편의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길을 잘못 들었기에, 이 오솔길을 걷게 되었다.
헤매지 않았다면 절대 만날 수 없었던 풍경.
그러니, 실수도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그 길은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되었다.
어느 유명한 맛집보다, 예쁘게 찍힌 사진보다,
우리 둘의 마음에 가장 깊게 남은 기억이 되었다.
계획에서 벗어난 길이, 삶의 가장 따뜻한 한 장면이 되는 것.
그건 어쩌면, 인생이 주는 작은 선물일지도 모른다.